🥂 알던 칵테일도 새롭게, 잠실 <트레져>

2023. 5. 10.

이 메일이 잘 안보이시나요?

2023.05.10.

당신의 음주 라이프, 어떤 모습인가요? 드링킷에게 알려주세요!

더욱 쉽고 편한 음주를 도와드릴 굿즈를 제작해 드릴게요🥂

🔗나의 음주라이프 공유하기🔗

오늘의 객원 에디터 | 블랑 @shshcho

먹고 마시는 게 낙인 마케터.

날이 따듯해지니 시원한 블랑 생맥주, 산뜻한 소비뇽 블랑을 자주 찾는 중

#부담없는가격 #친숙한칵테일 #새로운면

20대 초, 나를 사로잡은 술은 단연 칵테일이었다. 아직 술맛을 모를 때라 소주는 너무 쓰고 맥주보다는 콜라가 좋았으며 이 외 다른 술은 잘 알지도 못했다. 그런 나에게 딱 맞는 술이 바로 칵테일이었다.

여러 재료의 조화로 알코올 향이 진하게 느껴지지 않고 종류도 다양해서 매번 맛보고 싶은 메뉴를 골라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칵테일 바는 분위기도 좋았고, 심지어 메뉴 이름도 너무 예뻤다. 나는 그중에서 ‘술맛이 덜 느껴지는 달고 상큼한’ 종류의 칵테일을 즐겨 마셨다.

하지만, 점점 술맛을 알아가면서 다양한 주종을 접하다 보니 칵테일은 뒤로 밀리게 되었다. 나도 모르게 칵테일은 ‘술 맛나지 않는 달달한 음료’라는 선입견에 빠져있어서 손이 가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다 최근 전문 바텐더와 시그니처 칵테일이 있는 바를 몇 번 접하고 나니 그 선입견이 바로 사라져 버렸다. 오늘 소개할 트레져도 나의 선입견을 없애주고 다시 칵테일을 찾게 만들어 준 소중한 곳 중 하나이다.

트레져는 9호선 송파나루역에서 가까운 송리단길에 위치해있다. 가게 문을 열면 탁 트인 통창이 눈에 띈다. 그리고 넓은 백 바에는 다양하고 화려한 술병들이 나열돼 있어 시선을 사로잡는다.

백 바부터 가게 내벽, 식탁, 의자까지 모두 우드 인테리어라 아늑하고 편안한 느낌을 받았다. 음악이나 다른 테이블 소리도 크게 들리지 않아서 일행끼리 대화를 나누기도 좋았다.

트레져의 메인 주류는 칵테일. 많이 들어봤을 법한 모히또, 미도리샤워부터 트레져에서 만든 것으로 보이는 독특한 메뉴들까지 20여 가지의 다양한 칵테일 라인업이 있다.

각 시즌에만 한정으로 판매하는 시즈널 칵테일은 맨 앞장에 따로 표시돼 있다. 우리가 방문한 4월 중순 기준으로는 장미나 벚꽃 등 봄꽃에서 연상된 칵테일들이 많았다. 칵테일 하단에 대략적인 재료가 표기되어 있어 메뉴를 고르기 한결 수월했다. 메뉴판에 없는 칵테일도 재료가 있다면 만들어 주실 수 있으니 혹시나 마시고 싶은 칵테일이 있다면 사장님께 요청해 보시길.

칵테일 외에는 위스키, 진, 럼, 테킬라도 다양한 종류로 구비돼 있었다. 이에 반해 음식 종류는 라자냐, 맥엔치즈, 올리브 3가지로 비교적 심플한 편. 이미 배가 부르다면 안주는 시키지 않아도 좋다. 기본 안주로 내주시는 프레첼과 부샤드 씨솔트 초콜릿이 정말 맛있다.

올리브 / 스모키함 / 높은 도수

🍸 더티 마티니

🍸 도수 : 약 30%

🍸 가격 : 13,000원

평소에는 달콤한 칵테일 위주로 마셨기에 오늘은 달지 않은 종류로 사장님께 추천을 부탁드렸다. 바로 자신 있게 추천해 주신 더티 마티니. 심지어 기주*인 올리브 보드카는 트레져에서 직접 만든 올리브 오일에 보드카를 인퓨징**해서 만드셨다고 한다. 설명을 들으니 더 궁금해진 메뉴.

표면엔 올리브 오일이 몇 방울씩 떠 있었고, 가니쉬로는 올리브와 레몬필이 올라가 있다. 한 모금 마시니 마티니답게 씁쓸한 알코올의 맛이 느껴졌다. 마티니는 은근히 까다로운 칵테일이라 잘못 만들면 알코올 맛만 강하게 느껴지는데, 더티 마티니는 미묘하게 후추 맛이 느껴졌고 올리브 오일이 매캐한 맛과 높은 도수를 더 잘 잡아주는 듯했다.

다만, 도수 높은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에디터 포터에게는 도수나 맛이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알코올 맛이 어느 정도 느껴지길 원하거나 달지 않은 칵테일을 좋아하는 분들 중 색다른 재료를 느껴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기주: 칵테일의 베이스가 되는 술

**인퓨징: 술에 재료의 맛을 우려내는 것

장미 / 새콤달콤 / 가벼운목넘김

🍸 코로로즈

🍸 도수 : 약 17%

🍸 가격 : 15,000원

시그니처 칵테일이 대부분 벚꽃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지만 이미 져 버린 벚꽃은 보내주고, 앞으로 다가올 장미 시즌을 기대하며 주문했던 코코로즈. 한 입 마시려고 잔을 입에 가져가니 장미향이 은은히 풍겨서 장미 한 송이를 마시는 느낌이었다. 자세히 맡아보니 가니쉬된 장미꽃보다 장미 시럽에서 나는 향이었는데 너무 진하거나 거북하지 않아 마시기도 전에 기분이 좋아졌다.

맛은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장미 맛 새콤달콤. 레몬의 상큼함과 시럽의 달달함이 잘 어울렸다. 코코넛 향의 말리부를 기주로 사용한 덕분에 목 넘김이 부드럽게 느껴져서 더 좋았다.

이번 봄에만 한정으로 맛볼 수 있는 시그니처 메뉴이니 봄기운이 느껴지는 상큼한 칵테일이 마시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드린다.

파인애플 / 청량함 / 휴양지칵테일

🍸 피나콜라다

🍸 도수 : 약 8%

🍸 가격 : 15,000원

개인적으로 칵테일 중 피나콜라다를 제일 좋아한다. 파인애플과 코코넛이 베이스로 이국적인 맛이 잘 느껴져서 괜히 여행을 간 느낌이 들기 때문. 거기다 피나콜라다는 매장에 따라 파인애플이나 코코넛에 담겨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일반 유리잔보다 훨씬 분위기를 돋워 준다.

트레져의 피나콜라다도 귀여운 코코넛 모양 잔에 서빙되는 것을 보고 주문해 봤다. ‘알로하!’가 새겨진 잔이 벌써 이국적인 느낌. 앞선 두 가지 칵테일과 다르게 피나콜라다는 얼음이 같이 나와서 아주 시원했는데 이마저도 휴양지를 떠올리게 했다.

피나콜라다는 파인애플 과육이 잘 느껴지면서도 목 넘김 끝에 부드러운 럼의 맛이 살짝 느껴졌다. 코코넛 향과 맛은 아주 센 편은 아니라 코코넛을 불호하는 사람들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도수가 비교적 낮게 느껴지고 빨대로 꿀떡꿀떡 마시다 보니 한 잔을 금세 다 마시게 됐다. 여름밤과 특히 더 잘 어울릴 것 같은 메뉴다.

🍽️ 라자냐

🍽️ 가격 : 18,000원

안주로는 요기도 할 겸 라자냐를 주문했다. 바 구석에 있는 오븐에서 안주류를 만들어 주시는데 라자냐가 구워질수록 내부에 맛있는 냄새가 풍긴다. 오븐에서 바로 나온 메뉴이니만큼 뭔들 맛없겠냐마는 트레져의 라자냐는 내용물이 아낌없이 가득 들어가 있어서 더 좋았다. 재료들의 조합이 좋았고, 라자냐 면도 딱 알맞게 익어서 부드러웠다. 같이 주신 핫소스와 먹으니 훨씬 맛있었고, 양도 꽤 많은 편이라 배를 채우기에 충분했다.

칵테일의 맛을 좌우하는 것은 기주와 바텐더의 실력이라고 하는데, 그게 곧 ‘기주와 재료를 얼마나 조화롭게 요리할 수 있느냐’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트레져는 여러모로 칵테일마다 맛의 조화가 훌륭하다고 느껴졌다. 어떤 것 하나 크게 튀거나 거슬리는 것 없이 술과 재료의 조화를 느낄 수 있었다.

트레져는 8시 이전 방문 시 외부 음식 반입도 가능하다. 송리단길 근처에 웨이팅하는 맛집이 많은데, 원하는 음식을 포장해서 트레져의 칵테일과 편하게 즐겨보는 것도 좋겠다. 친절한 사장님께서 어울리는 칵테일을 추천해주실 것이다.

editor_블랑,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