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전매력이 끌려요, 신당 <주신당>

2022. 8. 24.

이 메일이 잘 안보이시나요?

2022.08.24.

#컨셉이확실한 #친구들과수다 #분위기있는

“여긴 컨셉으로 승부하는 곳인 것 같아서 취재하기 조심스럽네”

“드링킷 무드랑 너무 맞지 않는것 같아”

“조금… 마니아틱하지 않을까?”

드링킷 에디터들이 주신당 취재를 두고 나눴던 대화 중 일부를 변형해보았다.

시그니처인 정문은 상당히 강렬하다. 덕지덕지 붙어있는 멍석부터 무당집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새끼줄과 각종 부적까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만드는 데 한몫한다. 사람이 없는 밤에 본다면 흠칫할 것 같은 느낌이다. 실제로, 방문했을 때 신기해하며 사진을 찍는 행인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고 에디터들도 자연스럽게 카메라부터 들었다.

처음 오면 입구를 찾기 쉽지 않다. 옆에 있는 문으로 쭈뼛쭈뼛 들어가 봤지만 입구가 아니었다. 입구를 검색해야 하나 싶을 때 안에서 숨겨진(?) 문을 열고 손님들이 나왔다. 5분 내내 찾던 입구는 돼지 불상이 지키고 있었다.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낮은 입구 덕에 자연스럽게 겸손해진 자세로 주신당에 발을 내디뎠다.

고개를 들자 외관과는 완전 다른 세상인 공간이 펼쳐졌다. <곡성>의 한 장면에 어울릴 것 같은 투박하고 으스스한 외부와 다르게 고급스런 파란색 조명이 가게 전체를 가득 채우고 있었고 벨벳 소재로 된 바 체어는 “들어와 보니 꽤 다르지?”라고 말하는 듯 했다. 주말을 맞이한 사람들의 수다와 웃음소리 그리고 쉐이커를 양손에 각각 하나씩 쥐고 열정적으로 흔드는 바텐더까지, 머리를 한 대 세게 맞은 느낌이다.

바 테이블에는 약 12명 정도가 앉을 수 있고 3-4인용 테이블이 두 개 그리고 2층에는 바닥에 있는 어항을 볼 수 있는 테이블도 있다.

주신당의 주말은 항상 사람들로 붐빈다. 현장에서 테이블링 예약을 할 순 있으나 따로 전화나 인스타 등으로 예약을 받고 있지는 않다. 에디터들도 대기 번호 3번을 받고 다시 고개를 숙이며 주신당을 빠져나왔다. 잠시 웨이팅을 기다리기 좋은 카페는 마지막 드링킷 로드에서 소개하겠다.

분위기는 겉과 다르지만 컨셉만은 진심이다. 십이지신을 모티브로 삼은 시그니처 칵테일 12종이 메뉴판을 가득 채웠다. 친절하게 알콜, 산도, 당도, 바디감까지 4단계로 나누어 한눈에 보이는 형태로 안내해준다. 각자 취향에 맞게 혹은 자기 띠에 해당되는 칵테일을 주문해 보는 것도 재미있는 콘텐츠가 될 것이다.

주신당에선 한국적인 안주들을 만나볼 수 있다. 꼬치, 전, 두부김치 그리고 갈비까지 다양한 종류의 곁들임 메뉴들이 준비되어 있다. 이게 칵테일과 어울릴까? 궁금하다면 끝까지 읽어보길 바란다.

미미(토끼)

도수 : 약 23.0%

가격 : 17,000원

가장 도수가 높고 만족도 또한 높았던 토끼부터 소개한다. 이름값을 하는 칵테일이다. 토끼 소주를 베이스로 생크림과 조청 시럽 그리고 마지막은 흑임자 가루가 장식한다.

먹자마자 “부드럽다"라는 말이 나오는 걸 막을 수 없었다. 입안을 가득 채우는 바디감이지만 아주 부드럽게 채워주어서 놀랐다. 분명 끝맛에서는 알코올을 조금 인지할 수 있었지만 높은 도수에 비해서는 조심스럽게 존재감을 드러낸다. 함께 방문한 에디터 진은 깔루아 밀크의 상위호환 버전 같다는 말을 더했다. 만족스러운 바디감과 부드러움, 그리고 흑임자 가루의 은은한 고소함까지, 의견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세히 맡아보면 약간의 커피를 볶은 듯한 향과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다시 방문한다면 반드시 주문할 칵테일이다. 컨셉에만 진심이고 맛에는 신경을 덜 썼으면 어떡하지라는 쓸데없는 걱정을 한 모금에 끝내버렸다.

50A(원숭이)

도수 : 약 10.0%

가격 : 18,000원

앞서 메뉴판에서 알콜, 산도, 당도, 바디를 총 4단계로 알려준다고 소개했다. 원숭이를 모티브로 한 50A는 알코올과 바디감이 1단계고 당도가 3단계다. 한 마디로 알코올에 약한 사람들을 위한 술이다. 도수가 낮고 달달한 칵테일을 마셔보고 싶다면 바로 원숭이를 추천하겠다.

<서유기>에서 삼장법사가 손오공의 머리에 씌웠던 긴고아를 모티브로 한 설탕 왕관과 그레나딘 시럽을 얼려 만든 천도복숭아까지, 원숭이를 떠올릴 수밖에 없는 비주얼이다. 맛은 정말로 달달하다. 스무 살 초반 처음으로 마신 피치 크러쉬 칵테일을 떠올릴 정도로 달콤하고 알코올 향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진진(용)

도수 : 약 20.0%

가격 : 18,000원

50A와는 다르게 알코올과 산도가 3단계, 당도와 바디가 1단계인 칵테일이다. 바텐더가 3/4정도 찬 잔을 올려두고 하얀 레몬즙 한 티스푼을 넣자 색깔이 보라색으로 변하였다. 깜짝 놀라, 이유를 여쭤보니 블루멜로우라고 불리는 허브 찻잎이 들어갔는데 레몬과 같은 산성 물질을 만나면 색이 변한다고 설명해주셨다.

색깔이 변하는 퍼포먼스에서 비주얼은 합격. 이제 향과 맛을 느껴본다. 코를 살살 간지럽히는 시원한 허브향이 마치 차를 마시는 듯한 착각을 준다. 그러나 한 모금 입에 털어 넣었을 땐 잔에 들어있는 게 명백한 술이란 걸 느낄 수 있다. 레몬의 상큼함이 초반을 장식하더니 이내 깔끔하고 가벼운 진이 존재감을 과시한다. 상큼한 레몬과 깔끔한 진, 실패하기 힘든 조합이다.

꼬치

가격 : 13,000원

휴게소에서 맛볼 수 있는 소떡소떡이나 양꼬치를 생각했다면 조금 놀랄 수도 있다. 피망, 햄, 치즈가 꽂혀있고 아래엔 매콤한 토마토소스가 가득 뿌려져 있다. 재료만 보면 영락없는 피자다. 기대했던 꼬치의 모습이 아니라 움찔했지만 한 입 먹어본 뒤 손이 가는 걸 막을 순 없었다.

꼬치라면 본디 각자 따로 놀 것 같은 재료들이 조화를 이뤄 입 안에서 맛을 뿜어내야 하는데 주신당 꼬치는 그 역할에 충실하다. 약간의 매콤함 때문인지 부드러운 미미(토끼)와 굉장히 잘 어울린다. 칵테일 한 모금 꼬치 한 입 왔다 갔다 하다 보면 벌써 꼬챙이만 덩그러니 남은 접시를 볼 수 있다. 술을 마실 때 함께 곁들여 먹는 안주로썬 제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