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낮술엔 맥주, 합정 <서울브루어리>

2022. 11. 9.

2022.11.09.

지난 9월 드링커들과 함께 드링킷 감사제를 카브루 브루펍에서 진행했다. 맛있는 맥주와 안주를 나누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일산에서 온 한 드링커분이 말했다. “드링킷이 서울 서쪽에 있는 바들도 담아주면 안 돼요? 대부분 동쪽이랑 남쪽에 몰려있더라고요” 맞다, 돌이켜보면 드링킷이 주로 간 곳들은 청담, 성수, 을지로, 서촌, 압구정, 신용산, 혜화 등 모두 서울의 중앙 또는 동남쪽에 위치해 있는 곳들이다.

드링커님의 부탁과 더불어 서울 지도를 드링킷이 방문한 바들로 뒤덮고 싶은 야망을 위해서 이번엔 서울의 서쪽을 공략해보기로 했다. 여기서 막간을 이용해 궁금증을 하나 풀어주겠다, “드링킷은 어떻게 이런 바들을 다 알아요?” 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데 첫 번째로 여러분들의 추천이다. “여기 좋아요” “여기 꼭 가주세요!” 하는 요청을 적극 활용한다. 두 번째는 검색이다. 보통 방문할 지역을 두고 원하는 주종이나 분위기 등을 검색해서 원하는 결과가 나올때까지 파본다. 합정 근처에서 맥주를 파는 공간들을 서칭했고 포터 맥주를 파는 <서울 브루어리>를 발견했다. 서울의 서쪽이면서 포터가 있다? 모든 조건은 갖추어졌다.

후드티 한 장 걸치고 걷기 좋았던 가을날, 답사를 함께하기로 한 에디터 쇼블에게 제안했다. “날씨도 좋고 주종도 맥주니까 낮술 어때?” “좋지” 쇼블의 간결하고도 시원한 답장에 합정으로 향했다.

<서울 브루어리>를 지도앱에 검색하고 합정역을 나와 3분정도 걸으면 주택가가 나온다. 외관에 햇볕이 드리워 편안한 느낌을 준다. 부담없이 낮술하기 좋은 공간이라는 생각과 함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서울 브루어리>는 특징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맥주펍 하면 떠오르는 것이 정석적으로 모두 갖추어져 있다. 들어가자마자 투명한 유리벽 너머로 보이는 *브루하우스와 바 뒤로 길게 자리잡은 탭비어, 그리고 8인까지 앉을 수 있는 길쭉한 테이블이 3개 정도 자리하고 안쪽으론 바깥 풍경이 보이는 2인 석이 여러개 배치되어있다. 주택가에 떡하니 있지만 주택을 개조해 만든 덕에 이질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풍경에 녹아든다. 내부도 상상하는 것들이 가지런히 자리잡고 있다.

*브루하우스 : 맥주를 양조하는 양조기를 지칭.

취향에 맞춰 마실 수 있는 갖가지 맥주들과 안주들까지, 역시 기본을 잘 하는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칠 수 없듯이 로버스트 포터를 1순위로 주문하고 얼마전 퍼멘티드 고스트 소셜링에서 다룬 밀맥주가 생각나 바이젠을 담았다. 마지막으로 드래프트 비어하면 빠질 수 없는 IPA까지 다양한 맥주와 시그니처 푸드도 주문하였다.

초코로코 포터

도수 : 약 6.6%

가격 : 9,000원

에디터 명을 포터로 지을만큼 포터 맥주를 항상 사랑하지만 제대로 설명한 적이 없는 것 같아 이번 호를 빌려 소개하겠다. 포터(Porter)는 단어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짐꾼(Porter)들이 사랑한 맥주다. 1730년 경 런던 산업혁명 시대에 템즈강 근처에서 짐을 나르던 노동자들이 고된 노동이 끝난 뒤 달빛 아래서 시원하게 한 잔 할 수 있던 맥주였다. 한번 볶아낸 맥아와 홉이 잔뜩 들어가고 캐러맬이 착색되어 검은색을 띈다. 도수도 5%내외로 그리 독하지 않지만 바디감도 훌륭하다. 술을 잘 못 마시는 에디터 본인도 풍미는 풍미대로 느끼면서 도수도 부담스럽지 않아 사랑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첫맛을 보자마자 ‘이건 포터중에 포터다’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포터 맥주에서 기대할 수 있는 쌉싸름하면서도 초콜렛 향이 도는 맛을 극대화한 맥주다. 대중들에게 친숙한 스타우트 맥주, 기네스의 정수를 뽑아 새로운 맥주를 만든다고 하면 초코로코 포터의 맛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부드러운 거품과 풍부한 바디감에 카카오닙스가 들어가면서, 초콜렛향이 들어갔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해도 알아챌 수 있을만큼 확실한 존재감을 뿜어낸다.

포터 맥주의 색이 강렬하기 때문에 입문용으로는 추천하기 힘들지만 포터를 이미 사랑하고 관심이 간다면, 또 합정에 갈 일이 있다면 <서울브루어리>를 들러 초코로코 포터를 주문해보자.

셀린저 호밀 IPA (바이젠)

도수 : 약 5.3%

가격 : 8,000원

서울브루어리의 헤드 브루어 조쉬는 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책이 <호밀밭의 파수꾼>이 었고 <호밀밭의 파수꾼>의 저자인 셀린저(Salinger)의 이름을 맥주에 새겨 넣었다고 한다. 학창시절 필독서 중 하나로 보았던 책 제목을 어른이 되어 맥주 펍에서 만나니 기분이 오묘했다.

빛깔은 밀맥주스럽게 아주 밝다. 오렌지 쥬스라고 생각하고 언뜻보면 순간적으로 착각할 정도로 맑은 오렌지 빛깔을 낸다. 향도 약간의 시트러스 향이 담겨 있어 마냥 부드러움만 있을줄 알았던 밀맥주에 터프한 목넘김 덕에 마시자마자 “이거 밀맥주 맞지?”라는 말이 틔어나왔다.바이젠 이라는 독일식 밀맥주 표기법을 따르고 있지만 벨기에 밀맥주스러운 향긋한 향이 물씬 난다. Mosaic, Idaho 7, Centennial의 드라이한 홉을 이용해 트로피컬한 과일, 시트러스, 소나무의 깊은 향을 구현해낸다.

세상의 모든 밀맥주를 섭렵하겠다는 포부가 있는 드링커라면 셀린저 호밀 IPA를 꼭 마셔보길 권한다. 어디에서도 맛 볼수 없는 특별한 밀맥주로 당신의 맥주 리스트에 등록될 것이다.

골드러시 캘리포니아 커먼

도수 : 5.1%

가격 : 7,500원

캘리포니아 커먼이란 맥주 스타일은 골드러시가 한창이던 서부 개척시대에 개발되었는데 싸고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맥주로 인기가 많았다. 당시 냉장기술이 발달하지 않아 양조한 맥주를 태평양 바닷바람에 식히는 과정에서 많은 수증기를 만들어내어 ‘스팀비어’라는 별칭이 붙었다고도 한다. 이후 위스키가 보급되며 점차 그 인기가 식어갔고 실제로 1965년에 들어서면 캘리포니아 커먼 스타일의 맥주를 양조하는 곳이 한 곳만 남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서울브루어리는 한국 최초로 캘리포니아 커먼 스타일의 맥주를 양조했다. 친숙하게 접할 수 있는 페일에일, IPA 와는 차별화된 맛을 선사하고 싶었다고 하는데 꽤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몰티한 맛은 살리면서도 약간의 단맛이 베어있다. 처음에는 일반적인 IPA와 큰 차이가 없다고 느낄 수 있으나 마시면 마실수록 은은한 곡물향이 베어있다. 이유는 라거 효모를 사용하지만 일반적인 라거 발효 온도인 9도씨가 아닌 에일 발효 온도인 18도씨에서 발효했기 때문이다. 약간의 온도차이와 맥아의 차이로 다양한 맛을 만들어 내는 맥주의 매력을 잘 담아낸 한 잔이다.

*몰티하다 : 곡물을 오래 씹을 때 느낄 수 있는 고소하고 잔잔한 캐러멜 같은 단맛을 지칭 (출처-동아사이언스)

누룽지 미트볼 파스타

가격 : 18,000원

미트볼을 한입 먹고 자동으로 바에 있는 직원분과 눈이 마주쳤다. 수제로 만든 ‘맛있는’ 미트볼이었기 때문이다. 바로 엄지를 척 내밀었고 직원분은 웃어보였다.

누룽지의 바삭한 식감과 파스타도 만족스러웠지만 계속해서 미트볼에 더 손이 갔다. 미트볼을 먹고 골드러시 캘리포니아 커먼을 마시니 미국 그 자체였다. 짭짤한 미트볼을 먹으면 시원한 맥주가 마시고 싶고 맥주를 마시면 짭짤한 미트볼이 땡기는 선순환(?)을 만들어낸다. 양도 1인분은 충분히 채우고도 남으니 배를 채우기에도 적절하다.

집앞을 산책 나왔다 자연스레 들어간 느낌을 주는 친숙하면서도 심플한 곳이다. 지난번 방문한 <끽비어 컴퍼니>와 <카브루 브루펍>이 그렇듯 직접 만드는 맥주에는 디테일과 수고로움이 한가득 들어있다. 그리고 그 수고로움을 좋은 가격에 만날 수 있는 건 큰 행운이다. 기회가 된다면 각 브루어리별로 맥주를 다섯가지 이상 자세하게 소개하는 자리도 마련해볼까한다. 구독자 여러분들의 의견을 아래 링크를 통해 마구 남겨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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