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본인은 ENTJ다 그리고 INFP(이하 인프피)들과 친해지고 싶어한다. 인프피 특유의 세심함과 작은 감정에도 집중하는 모습이 빛나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숙대입구역에서 인프피 여러분들이 좋아할 만한 곳을 발견했다.

곳곳에 보이는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의 흔적과 아기자기한 애니메이션 소품들 그리고 뒤에 소개할 비디오방까지 감성을 충만하게 만들어 준다. 게다가 혼술하기 좋게 전통주를 잔으로 판매하며 주인분께서 필요 이상의 말을 걸지 않는 곳이다. 거기에 귀여운 강아지까지 우리를 반겨준다. 술이 나오기도 전에 이번 레터의 제목을 정했다. 인프피라면, 혼술을 좋아한다면, 레트로 감성을 좋아한다면 이번 레터를 집중해서 보시길 바란다.

대한민국 어디에나 있을 것 같은 골목길로 들어가다보면 우리 전통주와 미국식 안주를 섞었다는 의미가 담겨있는 코메리카의 간판을 만날 수 있다. 건물 입구를 지나 지하로 내려가는 길에는 “SHUT UP LIVER, YOU’RE FINE”, “Trust me you can DANCE -Alcohol-”같은 마시고 뛰놀자는 느낌의 포스터들이 즐비한다.

INFP를 위한 공간이라더니 ENFP를 위한 공간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때쯤 입구에 다다른다. 지금이라도 돌아갈까? 고민하는 인프피가 있다면 한 발짝만 용기를 내보자. 그 안은 당신들을 위한 공간이다.

여러분들이 알만한 전통주는 다 모여있다. 약 150종의 전통주가 모여있는 메뉴판은 읽는데도 시간이 꽤 걸렸다. 메뉴판 앞쪽에는 과실주, 청주, 오크통 숙성주 등의 특징과 향별로 모아놓은 추천주가 모여져있으니 참고해도 좋겠다.

어떤 술을 주문할까 고민하다 에디터들의 빅데이터에 숨어있던 추천할만한 술 2종 그리고 새로 도전해보는 술 1종을 주문했다. 사장님이 홀로 운영하는 곳이다보니 음식을 만들때는 주문이 안 된다고 하니 사장님이 바빠보이실 땐 가게 내부를 구경하거나 강아지 비니와 함께 시간을 보내보자.

첫 잔은 에디터 포터가 추천하는 우렁이쌀 청주다. 우렁이 농법으로 재배한 논산 쌀과 찹쌀로 빚은 프리미엄 청주인데, 과거 서순라길의 우리술집 다람쥐에서 맛보고 깔끔한 맛에 놀란 술이다. 우렁이쌀 청주는 1920년 일제강점기부터 가내주조로 시작하여 1931년에 설립한 양촌양조에서 만든 술이다. 100년간 3대째 전통을 이어오는 비결을 2022년에 즐길 수 있다.

쌀 특유의 은은한 고소함과 단맛이 특징인데 14도라는 도수가 느껴지지 않을만큼 알코올 향이 옅다. 마실때마다 “깔끔하다”라는 단어가 자동으로 틔어나올만큼 깔끔하다. 한 잔 더 주문한다면 우렁이쌀 청주를 주문하고플 정도로 마음에 든 술이었다.

도원결의는 복숭아 나무 아래에서 의형제를 맺은 <삼국지> 속 유비, 관우, 장비의 이야기에서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상큼하고 부담스럽지 않은 증류주를 찾는 당신에게 추천하는 증류주다. 15도라서 꽤 도수가 높아보이지만 복숭아 향이 도수를 조금 눌러주어 독한 향 없이 부드러운 목넘김을 즐길 수 있다. 맛은 흔히 마실 수 있는 매화수에 복숭아 농축액을 섞은 맛으로 약간의 인공적인 맛이 느껴진다.

마지막 잔은 에디터 청하가 추천하는 문경바람 오크다. 우리나라 최초 위스키 마스터이신 ‘한국 술의 아버지’ 이종기 명사가 만든 것으로 이름이 알려져있다. 문경 사과로 만든 와인을 증류하여 오크통에서 숙성시킨 술이다. 주조 방법을 보니 사과의 상큼함과 오크향이 조화롭게 베어있을 것으로 기대가 된다. 향을 맡자마자 ‘와 설명 그대로네’라는 생각이 머리속을 뚫고 지나갔다. 40%의 도수를 자랑하듯 위장을 훑고 내려가는 액체가 그대로 느껴진다. 술을 약하게 즐기고 싶다면 온더락으로 즐기는 것을 추천한다.

향에서 상큼하고 화한 맛이 확실하게 느껴지는 증류주다. 기름진 음식과 찰떡 궁합일 것으로 예상되니 수육이나 국밥 등에도 페어링 해보자.

싱가폴 메이펀은 당면과 쌀국수 면 사이의 노란색 면발 위로 새우, 돼지 고기, 당근, 양파, 양배추가 듬뿍 들어간 요리이다. 쌀국수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에디터 청하의 적극 권유로 먹게 되었는데 매콤하고 알싸한 향신료에 빠져들어 계속 손이 갔다.

사장님은 물어보는 질문에는 친절하게 답해주시지만 그 외에는 일절 말을 거시는 분이 아니었다. 자리마다 붙어있는 ‘다른 손님을 위해 너무 크게 대화하지 말아주세요 :)’ 라는 문구는 온전히 술과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가치를 지향하는 코메리카의 모습이 담겨있다. 이따금 조용히 혼자 한잔하고 싶을 때 코메리카를 찾게 될 것 같다.

고향을 떠나 상경한 뒤 처음 방문한 남영역 근처에서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다녀온 기분이다. 고즈넉한 지하에서 강아지 비니와 예스러운 수집품들을 구경하다 100년 넘은 방식으로 주조된 전통주 한 잔, 차분하지만 충만한 경험이었다. 제목에 나와있는 INFP가 아니더라도 조용한 공간을 좋아한다면 반드시 추천한다. 반대로 왁자지껄 떠들면서 한잔 하고 싶다면 코메리카는 지양해주시면 좋겠다.

코메리카

ᑯ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81길 20 지하1층

ᑯ 영업시간

   월-토 18:00 ~ 27:00

   (25:30 라스트오더)

   매주 일요일 정기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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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넌 서울

: <코메리카>에서 걸어서 6분

우선은 카페로 시작한다. 아기자기한 매력에 더해 맛은 진심인 카페 샤넌 서울이다. 샤넌 서울에서만 맛볼 수 있는 레어치즈케이크에 커스타드소스를 얹은 ‘밀키레몬’은 반드시 먹어보라는 극찬이 쏟아진다. 맛있는 케이크와 커피 한 잔 하고 싶을땐 샤넌 서울로 가보자.

ⓒ 샤넌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