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티오티 술도가의 영자 막걸리다. 김선일 양조가님과 어머님 간의 이야기를 담은 막걸리다. 양조가님의 어머님은 고된 하루 끝에 소주 한 잔으로 위로를 받으셨다고 한다. 그러다 간 수치가 좋아지지 않아 막걸리로 주종을 바꾸셨는데, 어느 날 갑작스레 돌아가시게 되었다. 생전에 좋아하시던 캐모마일, 꿀, 후추를 베이스로 한 막걸리를 어머님의 성함을 따다 만들었다고 한다.

막걸리 계의 클래식인 ‘석탄주’* 레시피를 차용했다. 어머님이 좋아하신 향긋한 캐모마일 향이 반겨준다. 기분 좋은 신 맛이 매력적인 술이다. 탄산감과 단 맛은 적어 부드럽게 먹을 수 있다. 첫 잔은 흔들지 않고 한 잔, 두 번째 잔은 흔들어서 한 잔 마셔보길 권한다. 흔들어서 먹어도 탁주 특유의 잔여감이 입 안에 남지 않고 깔끔하다.

*석탄주 : 그 맛이 달고 향기로워 입에 머금고 차마 삼키기가 아깝다고 하여 아낄 석(惜) 자에 삼킬 탄(呑)자를 붙인 이름이다. 멥쌀을 발효시켜 밑술과 중밑술을 만들고 거기에 찹쌀로 만든 고두밥을 섞어 다시 발효하는 방식이다.

2019년 국내 수제 맥주 시장에서 헤드브루어로 있었던, 조현두 양조사가 이끄는 아쉬트리 브루어리의 상품이다. 아쉬트리 브루어리는 향이 풍부한 에일이 강점인 영국 스타일을 본으로 하면서, 동시에 누가 먹어도 “어? 이거 아쉬트리 상품이네?”라고 할 정도로 명확한 특징이 살아있다.

아쉬트리 궁늬르의 경우, 전형적인 흑맥주의 외관을 띄고 있지만 맛은 전혀 다르다. 향만 해도 흑맥주 특유의 스모키함이 느껴지는데 맛은 ‘모던 브리티시’ 스타일에 맞게 IPA*에 가까운 홉향이 진하다. 맛 자체가 엄청 특별하지는 않지만, 흑맥주의 향과 쌉싸름한 몰트의 맛을 함께 즐기고 싶다면 추천한다. 개인적으로 에디터는 재방문한다면 무조건 마실 술이다. 바틀리스트에서 입문해보고 만족한다면, 구의역에 위치한 양조장에 방문하여 캐스크에서 바로 내린 술을 마셔보는 것도 함께 추천한다.

*IPA : 인디아 페일 에일이다. 19세기 영국의 식민지인 인도로 수출할 때 저장성 향상을 위해, 알코올 도수와 홉 함량을 높인 종류다. 홉의 쓴 맛과 솔 향이 인상적이어서 호불호가 갈리지만 매우 차갑게 마시면 쓴 맛은 줄고 홉의 단 맛이 강조되어 입문자에게 추천하는 음용 방법이다.

전형적인 영국식 페일 에일*이다. 지난 번 이태원 <로즈앤크라운> 에서 다룬 런던 프라이드가 떠오른다. 비터라고 하는 것은 에일 맥주 가운데 황금색에서 짙은 호박색을 띄는 것들을 칭한다. 일반적으로 알코올 도수가 3도에서 7도 사이에 위치하고 있어, 이 제품 경우에는 라이트비터에 속하게 된다.

아쉬트리 라이트비터의 경우, 주변 사람들로부터 아쉬트리의 제품들이 도수가 높고 캐릭터가 강한 것들만 있다는 피드백을 받아 탄생하게 되었다. 조현두 양조사가 “나 도수 낮은 술도 잘 만들어”라는 마음으로 그의 실력을 증명하기 위해 탄생한 맥주이고, 실제로 그 값을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페일 에일의 경우, 쌉쌀한 홉 향이 강하여 천천히 음미하며 마시게 되는데 라이트비터의 경우, 탄산감이 약해 꿀떡꿀떡 넘어간다. 라거의 청량감이 부담스럽다면 탄산감이 적어 편하게 마실 수 있는 라이트비터를 추천한다.

*페일 에일 : 상면발효식 맥주의 한 종류. 일반적인 에일에 비해 보다 밝은 것을 말한다. 라거의 청량함보다는 향이 중요하기에 너무 차갑게 먹는 것보다는 온도를 살짝 높여서 먹으면 향을 더 잘 즐길 수 있다.

지난 해 11월 ‘페어링 어려운게 아니야’를 주제로 바틀리스트의 인스타그램에 나문희 선생님의 호박고구마 영상이 올라왔다. 호박고구마를 비롯한 구황작물을 활용하여 쉬운 페어링을 고객에게 제안하는 이벤트였는데 그때 만들어진 메뉴가 제주는 당근이지..구좌?(그쟈?)이다.

얇게 썰어놓은 당근 라페에 올리브와 치즈가 곁들여져 있다. 적당한 산미에 은은한 달콤함이 올라오는데, 오늘 소개한 막걸리 영자와도 닮아있다. 새콤달콤해서 낮술 안주로도, 메인 메뉴가 등장하기 전 에피타이저로도 훌륭하다.

바삭한 피타 칩과 담백한 후무스다. 꼬릿한 치즈향이 매력적이다. 치즈가 올라간 피타 칩만 먹어도 좋고 후무스를 듬뿍 찍어 먹어도 맛있다. 후무스의 색깔이나 위에 올려진 토핑이 자극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두 음식 모두 슴슴 담백해서 색깔이 강한 술들과 함께 마실 때 든든히 백업을 해준다. 오늘 소개한 전통주 미미미와 맥주들과 잘 어울린다. 미미미의 밸런스를 해치지 않으면서 후무스와 치즈의 짭쪼름함이 맥주와도 찰떡궁합이다.

바틀리스트의 술 한 잔 한 잔, 음식 하나 하나에 만든 사람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집 근처에 있었다면 매일 들러 하나 하나의 이야기를 사장님께 청해 듣고 싶을 정도다. 안에서 술을 마실 수도 있지만 바틀리스트의 본질은 바틀샵이다. 와서 만족한 술이 있다면 두 손 무겁게 돌아가고 다 마실 때 즈음 새로운 술과 함께 이야기를 들으러 방문하기를 권한다.

바틀리스트

ᑯ 서울 강서구 강서로 433 116호

ᑯ 영업시간

   월-금 17:00 ~ 24:00

   토-일 14:00 ~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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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식물원

: <바틀리스트>에서 걸어서 10분

동쪽에 서울숲이 있다면 서울의 서쪽에는 서울식물원이 있다. 식물원 외부의 호수공원 한 바퀴 걷고 따뜻한 서울식물원 내부를 거닐으면 교외까지 가지않아도 충분히 자연을 즐길 수 있다.

ⓒ 서울식물원

금고깃집 마곡본점

: <바틀리스트>에서 걸어서 17분

마곡 직장인들의 고기 라이프를 책임지고 있는 곳이다. 깔끔한 인테리어와 직원들의 친절함은 말할 것도 없고, 질 좋은 고기와 직접 담근 김치, 장아찌들은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다 게다가 콜키지도 프리라고 하니 바틀리스트에서 와인 한 병 들고 방문하면 최고의 저녁이 될 것이다.

ⓒ 금고깃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