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동묘에는 특히나 기억에 남는 곳이 있다. 동묘역 6번 출구의 근처 골목으로 들어가면, 여러 가게들 사이에서 뜬금없이 미국 감성의 외관을 뽐내는 '존앤마크'가 있다. 야장보다는 벤치라고 말해야 할 것 같은 2개의 좌석과 함께 위스키, 맥주가 아니라 'makgeolli house' 라는 단어가 적혀있다. 막걸리 하우스라는 말에 한번 놀라고, 다시 생각해보니 '존과 마크가 전과 막걸리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 재치에 또 한 번 더 놀랐다.

들어가자마자 곳곳에 전통 하회탈, 민화들과 함께 외국 버거집에 온 듯한 영문 포스터와 테이블이 보인다. 한국적인 요소와 미국 감성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섞여있다. 드문드문 사장님과 외국인 친구분이 함께 찍은 사진들이 더해져 더욱 재미있다.

<존앤마크>는 합리적인 가격의 전과 막걸리를 제공하고자 하는 목표 아래 시작했다고 한다. 요즘 물가를 생각한다면 나름 괜찮은 가격대에 퓨전 한식과 전 요리를 즐길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음식의 퀄리티를 고려한다면 굉장히 합리적이라 생각한다)

1) 전 : 일반적인 전을 원한다면 '전 플래터'를 주문하고, 특별함을 원한다면 <존앤마크>만의 메뉴들도 도전해 보면 좋을 것 같다. (다음 방문 때는 전을 필두로 여러 막걸리에 도전할 계획이다)

2) 일품요리 : 일품이란 단어를 붙여놓은 이유가 있다. 고사리 링귀니, 산적 꼬지 두 가지 먹어본 결과, 정말 요리를 잘하는 곳이라 믿고 주문해도 될 것 같다. 뜨끈한 국물과 술을 곁들이고 싶다면 단골들의 추천인 닭완자탕을 주문해보자.

주류 메뉴는 다채롭게 즐길 수 있도록 크게 4가지 정도가 있다.

1) 하우스 막걸리/동동주: 사장님이 직접 공수해오시는 하우스 막걸리라고 한다. 주전자에 담아져 나오는 감성과 함께, 깔끔한 첫 잔은 하우스 라인으로 시작해보기를 추천한다.

2) 전통주 하이볼: 이강주/문경바람/선비진/안동소주 같이 전통주에 관심이 없으면 일반적으로 생소할 수 있는 술들을 가볍게 경험해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해당 술에 맞는 사장님만의 레시피로 먹어보며 가장 맛있게 먹어보는 것도 좋은 기회라 생각한다.

3) 청주&증류주: 술을 진정으로 즐긴다면, 한 번쯤 도전하자. 고도수의 스파이시한 맛을 모르는 나에게는 아직 어려운 영역이다.

4) 막걸리: 막걸리바에 왔으면 종류 별로 먹어보는걸 추천한다. 다양한 주류가 준비되어 있는 곳에서 비교하며 마셔보면 본인의 추향을 조금 더 뾰족하게 찾을 수 있다. 비교할 때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본인의 취향을 대략적으로 알 경우 그 취향 안에서 다양하게 주문해보기. 두 번째는, 본인의 취향을 제로베이스 알고 싶은 경우, 막걸리를 크게 분류하는 3가지 기준인, 달달, 새콤, 드라이 중 한 가지 씩 주문하여 마셔보기. 개인적으로 드라인한 막걸리 중에는 송명섭 막걸리를 추천한다.

나루생막걸리는 요즘 가장 핫한 동네인 성수동의 ‘한강주조’ 리는 양조장에서 만들어지는 막걸리다. 한강주조는 19년 6월부터 서울의 3대 특산물인 ‘경복궁쌀’을 전통방식으로 제작하는 ‘서울의 술’에 초점을 두어 ’나루생막걸리’ 를 출시하였다. 그리고 그 결과 나루생막걸리는 품질과 로컬라이제이션 두 가지를 모두 인정 받으며, 20년부터 3년 연속으로 ‘대한민국 주류대상’ 전통주류 탁주 생막걸리 부문 대상을 수상하였다.

나루생막걸리는 6도와 11.5도 두가지로 출시되며, <존앤마크>에서 마신 11.5도의 경우 6도와 비교했을 때 높은 도수로 더욱 달콤하고 부드럽고 긴 여운을 남기며 보다 깔끔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또한 탄산이 거의 없는 것이 특징이며, , 기호에 따라 막사(막걸리+사이다), 딸기막걸리, 쉐이크 등의 레시피를 활용하여 다양한 방식으로도 즐길 수 있다.

동동주와 막걸리는 외관상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술이다. 하지만 둘은 양조과정에서의 차이가 있다. 술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발효가 끝날수록 대부분 밥풀은 가라앉는데, 일부가 떠있는 상태에서 개미처럼 동동 뜬 밥풀까지 그대로 떠낸 술을 우리는 ‘동동주’ 라 부른다. 그래서 자세히 살펴보면 막걸리와 비교했을 때 맑지만 밥알이 동동 떠다니는 외관을 확인할 수 있다.

<존앤마크>의 하우스 동동주는 강원도 원주에서 사장님이 직접 공수 해오신다고 한다. 나는 막걸리를 먹기 전 동동주를 먼저 먹었는데, 확실히 보다 달콤하고 청량함을 주는 듯했다. 개인적으로는 막걸리보다 동동주를 먼저 마시면서 안주의 맛을 깔끔하게 같이 느껴보는 것을 추천한다. 또한 동동주가 맑은 술에 쌀이 둥둥 떠다니는 술이라는 것을 알고나면 이를 확인하는 재미도 꽤나 쏠쏠할 것이다.

동동주가 밥풀을 그대로 떠낸 청주라면, 쌀로 밑술을 먼저 담근 이후 술지게미를 체에 걸러 만든 탁주를 막걸리라고 부른다. 막걸리는 청주와 비교했을 때 탁하고 밥알과 같은 침전물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도수는 동동주가 일반적으로 막걸리보다 높은 것이 특징이다. <존앤마크>에서 하우스 동동주와 막걸리를 모두 마셔보면서 둘의 차이를 체감하는 경험은 확실히 신선하고 재밌었다.

<존앤마크> 하우스 막걸리는 충북 진천에서 공수 해오신다고 한다. 나는 이미 동동주와 안주를 즐긴 이후에 막걸리를 마셨다. 확실히 동동주는 청량한 감이 있다면, 막걸리는 한입 하자마자 특유의 묵직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개인적인 취향은 동동주를 첫 잔으로 함께 안주를 즐기다, 이후 막걸리의 묵직함과 함께 무르익은 분위기를 즐기는 것을 좋아한다.

고사리링귀니는 먹자마자 고사리와 들깨와 들기름 향이 입안 가득 퍼진다. 솔직히 파스타가 과연 막걸리집 안주가 될까 싶었지만, 고사리와 고기가 식감까지 확실하게 살려줘서 <존앤마크>의 다양한 술 라인업을 모두 커버 가능한 만능 안주로 추천한다. (향긋한 고사리 맛이 지금 글을 쓰는 와중에도 느껴지는 것 같다)

가까이서보면 산적이고 앵글을 넓게 잡으면 스테이크, 바베큐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메뉴다. 시선에 따라 우리나라 감성도, 미국 감성도 함께 느낄 수 있어서 어쩌면 <존앤마크>를 가장 닮은 메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기존 산적과 달리, 살치살과 어울리는 아스파라거스 등 가니쉬들이 함께 꽂혀있어 익숙한 맛이다. 안주로 먹을 땐 확실히 같이 나오는 새콤한 스테이크 소스로 맛을 더해주는 것이 좋았다.

존앤마크

ᑯ 서울 종로구 종로44길 92 1층

ᑯ 영업시간

    월~목 16:00 - 24:00

    금 16:00 - 새벽 01:00

    토 15:00 - 새벽 01:00

    일 15:00 - 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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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쌀국수PhoHang

: <존앤마크>에서 걸어서 7분

한국인보다 베트남 손님들이 더 많은 곳이다. 그만큼 현지의 맛을 그대로 가져왔다고 평가 받는 곳이다. 베트남 여행하며 맛보았던 쌀국수를 다시 먹어보는 것도 좋지만, 주변에서 흔하게 접할 수 없는 요리류들을 시키는 것이 이곳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정수다. 진짜 코코넛 한 통을 내어주는 코코넛 주스도 시켜보자.

ⓒ 베트남쌀국수PhoHang

춘향전

: <존앤마크>에서 걸어서 5분

시원하게 야장에서 술을 마실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더 더워지기 전에 이곳을 방문해보자. 바로 앞에 청계천이 흐르고 있어 시원한 느낌이 한껏 배가 된다. 모둠전과 비빔국수가 핵심 메뉴이며 자리에서 뜨기 전에 2,000원에 즐길 수 있는 컵빙수 하나씩 들고 일어나자.

ⓒ 춘향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