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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콜과 함께 초고를, 카페인과 함께 퇴고를.
마시는 이야기를 소개하기 위해 오늘도 끄적이며 한 잔 기울이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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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모(없는) 스트리머의 장난스런 한 마디가 밈이 된 지 벌써 1년이 되었다. ‘재즈’라는 단어만 들어도 머릿속에서 ‘샤뺩뚜비두밥’이 울려 퍼지는 사람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언제 봐도 웃을 수 있는 장면이지만, 밈의 원본은 전혀 그렇지 않다.
1976년 그래미 어워드. 재즈 가수 멜 토메가 재즈의 여왕 엘라 피츠제럴드에게 묻는다. “엘라, 재즈를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요?” 엘라는 “글쎄요..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요?” 라 답한 뒤, 잠시 뜸을 들이곤 샤빱뚜비두밥으로 시작하는 스캣을 선보인다. 멜 토메도 밴드 세션도 그리고 관중도 모두 하나 되어 스캣에 동참하고, 시상식은 재즈 공연장으로 바뀐다. 즉흥과 화합이란 재즈의 정수를 몸소 보여줌으로 질문에 답한 것이다.
바에 가는 일은 재즈와 같다. 즉흥과 화합. 취하러, 대접받으러 가는 곳이 아니라, 세션으로 참여해 오늘을 완벽히 마무리하기 위해 방문하는 공간. 몸가짐을 단정히 하는 것도, 바텐더의 추천을 믿고 따르는 이유도 같다.
누군가 “바는 어떤 곳이에요?”라 묻는다면, 이렇게 답하고 싶다. “글쎄요..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요? 같이 판테라로 가시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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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과 술자리로 가득한 잠실새내. 모두가 자신의 가게를 뽐내는 가운데, 홀로 조용한 공간이 있다. 바 판테라. 스페인어로 표범을 뜻하는 이곳에 들어가기 위해선, 노란색 간판의 부동산과 철물점 사이 손바닥 크기의 표범 문패를 찾아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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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나무 문을 열고 들어서자, 전혀 다른 공간이 펼쳐진다. 파스텔톤의 회색과 짙은 갈색으로 이뤄진 차분한 공간. 8개뿐인 자리와, 넘칠 듯이 차 있는 백바. 술로 가득 찬 다락방이 이런 느낌일까. 밖을 구분 짓는 짙은 암막 커튼과 7~80년대의 올드 K-팝은 공간을 한층 더 편안하고 아늑하게 만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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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스럽겠지만, 판테라엔 메뉴판이 없다.
가지고 있는 술도, 만들 수 있는 칵테일도 너무 많아 메뉴판을 빼버렸다 들었다. 주문 방법은 오직 대화뿐. 어려울 수 있지만, 바텐더님께서 친절히 가이드 해주시니 겁낼 것 없다.
지금 당신도 위 사진에서 눈에 들어오는 술이 있을 것이다. 대화는 거기서부터 시작하면 된다. 주종, 느낌, 도수, 맛, 가격대. 이 중 2~3가지만 말씀드려도 알아서 척척 음료를 소개해 주신다.
오늘 드링킷에선 이날 바를 즐긴 방법과 주문을 음료와 함께 소개하려 한다. 혹시라도 바에서 주문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이번 레터를 참고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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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글 버드
🍹 도수 : 25%
🍹 가격 : 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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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가 너무 더워서 지쳤네요. 혹시 첫 잔은 상큼한 칵테일로 부탁드려도 될까요? 아, 저 캄파리나 아페롤 같은 허브향의 술을 좋아해요.”
뭘 마실지 고민될 땐 지금의 기분을 이야기한다. 스트레스를 받아서 쎄고 강한 술을 마시고 싶다든지, 방금 밥을 먹고 와서 깔끔하고 탄산이 있는 술을 마시고 싶다든지. 오늘의 키워드는 ‘더움’. 최고기온이 35도였던 하루, 땀을 많이 흘린 터라 더위를 이길 수 있는 칵테일을 부탁했다.
준비해주신 칵테일은 정글버드. 열대지역 폴리네시아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티키 칵테일 중 하나다. 음료는 직관적으로 달았다. 높은 도수, 달콤한 맛, 크리미한 질감. 티키 칵테일은 이래야 한다. 부모님의 만류에도 마시던 통조림 국물 같은 한 잔. 물리는 맛의 통조림과 달리 정글버드는 다음 모금이 계속 들어간다. 단데.. 란 생각이 들 때 쯤, 캄파리의 복합적인 허브향과 라임의 신맛이 입을 헹궈준다. 질감도 우유에 물을 탄 정도니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맛과 별개로 입안에서 꾸준하게 달큰한 향이 맴돈다. 찬장 속 오래되어 눅눅해진 흑설탕, 오래된 바나나 같은, 약간 플라스틱 같기도 한 향. 그리고 약간의 플라스틱 향. 부정적인 뉘앙스 같지만, 전혀. 그저 과일 맛으로 느껴질 수 있는 칵테일을 풍부하게 만들어 준 건 바로 이 향이었다.
“방금 칵테일에서 난 달큰한 향은 무슨 향 이에요?”
“아마 자메이카 럼의 향 일거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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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더 발효 과정 출처 : cocktailwon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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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에 피트가 있다면, 럼에는 에스테르가 있다. 그리고 자메이카 럼은 특히 에스테르가 높은 럼이다. 던더(Dunder)라 불리는 특별한 재료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럼을 증류한 찌꺼기를 다양한 재료와 함께 발효시킨 던더는 숙성과정에 들어가 럼의 향미를 풍부하게 만든다.
오늘은 생각보다 다채로웠던 럼의 세계를 조금 더 배워보기로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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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렌테이션 럼 페루 2004 빈티지 에디션
🥃 도수 : 43.5%
🥃 가격 : 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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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럼도 다양한 종류가 있나 봐요.”
“그렇죠. 여기 보이는 병들 전부 다른 나라에서 만들어진 럼이에요. 각자 가진 캐릭터와 맛이 달라요.”
판테라처럼 다양한 럼이 준비된 바는 흔치 않다. 위스키처럼 산지도, 숙성연도도 다르다. 이처럼 맛과 향을 즐기기 위해 만들어진 럼을 시핑(Sipping)럼이라 한다. 처음 맛보는 술이 생길 땐, 가장 신기하게 생긴 병을 고른다. 이날은 그물에 싸여있는 병이 눈에 들어왔다
페루에서 만들어진 2004년 빈티지 럼. 버번 캐스크에서 12년, 꼬냑 캐스크에서 2년을 숙성했다. 맛은 강렬하다. 수많은 건과일의 맛과 향이 응축된 느낌. 공식사이트엔 무화과와 캬라멜, 당밀, 아몬드 향이 적혀있지만, 아직 경험이 짧아 향을 구분하진 못했다. 갸우뚱하고 있으니, 바텐더님께서 까만 병 하나를 건넨다.
“이건 미네랄 워터인데 맛이 강할 때 몇 방울 넣으면 맛이 풀어질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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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세 방울 넣었을 뿐인데, 꼬인 실을 푼 것처럼, 한 번에 느껴지던 맛과 향이 몇 단계로 나눠진다. 판테라에서 꼭 럼을 마실 필요는 없지만, 위스키나 럼 같은 독주를 마시게 된다면 미네랄 워터를 부탁해 맛의 차이를 느껴보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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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페리티보
🍷 도수 : 20%
🍷 가격 : 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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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라페리티보라는 칵테일을 아시나요? 허브, 아마로 쪽이 취향이라면, 무조건 좋아하실거에요.” “어, 전부 듣고 계셨나 봐요” “아무래도 그렇죠? 특히 음료 취향에 대한 이야기는 더 잘 들으려고 노력하니까요”
잔을 비우고 마지막 칵테일을 고민하던 차에 바텐더님께서 말을 걸었다. 나름 조용히 이야기 나누고 있다 생각했는데, 전부 듣고 계셨다.
이탈리아어로 ‘쓰다’라는 뜻의 아마로. 각종 약재와 식물을 넣어 만든 이탈리아의 허브 리큐르로,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빨간 술 캄파리다. 판테라는 아마로에 진심이다. 매니저님의 앞치마가 캄파리 뱃지로 가득 차 있는 것을 본 적도 있다. 백 바에도 처음 보는 다양한 아마로가 준비된 데다, 이탈리아에 있는 아마로 전문 바의 바텐더님께 배우기도 했다니, 맛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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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맛과 허브향으로 입맛을 돋우는 식전주. 아페리티보. 라페리티보는 그 앞에 L이 하나 붙어있다. L은 영어로 치면 The를 의미하니, “The aperitivo”라 할 수 있겠다. 향쑥으로 만든 압생트, 용담과 오렌지로 만든 아페롤, 60가지의 허브가 들어가는 캄파리와 허브향 가득한 체리리큐르 룩사르도. 여기에 아몬드 향을 가진 셰리 와인까지. 들어가는 재료가 심상치 않아 모험심이 자극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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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친구는 전용 코스터도 있습니다. 바텐더님께 거품기를 빌려드리고 받은 선물이죠.”
예쁜 코스터와 함께 오묘한 주홍빛의 칵테일이 준비되었다. 쥬시하고 화사하다. 오렌지와 자몽의 껍질을 머금은 향. 동시에 4종류의 단맛이 느껴진다. 피아노 건반 4개를 동시에 누른 것처럼, 겹치지 않는 각각의 단맛이 한 번에. 향도 겹치지 않는다. 오렌지, 아몬드, 허브. 향의 정체를 파악할 때쯤 입안이 다른 향으로 차버린다.
허브향과 쓴맛을 좋아하는 이에겐 꼭 추천하고 싶지만, 워낙 아페리티보는 허브향이 강해 호불호가 많이 갈리곤 한다. 처음 마셔본다면, 칵테일을 주문하기 전에 자몽쥬스와 캄파리로 만든 스푸모니나 아페롤과 스파클링 와인으로 만든 아페롤 스프리츠를 마셔보고 좋아하는 맛과 향을 확인해 본 후 주문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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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든스 진토닉
🧊 도수 : 11%
🧊 가격 : 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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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잔의 음료 소개를 허락받았지만, 판테라의 진토닉을 소개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아 짧게 글을 적어보려 한다. 판테라의 진토닉은 투명한 얼음 같다. 진을 희석했음에도, 진이 조금도 죽지 않는다. 진의 맛을 그대로 둔 채 도수는 낮추고 용량만 늘린 느낌이다.
혹시 판테라에 방문했을 때 바텐더님이 너무 바빠 첫 잔을 고르지 못하겠다면, 진토닉으로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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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을 숨기는 분이 많아요. 그러다 보면 좋아하지 않는 느낌의 칵테일을 만나기도 하죠.”
바텐더님과 대화 중에 나온 이야기다. 음료의 세계는 다채롭다. 계란을 이용하기도, 오렌지껍질을 태우기도 한다. 하지만 취향을 숨기면 바텐더는 실패하지 않는, 즉 무난한 칵테일을 소개해 줄 수밖에 없다.
판테라를 다시 방문해도 같은 음료를 마시진 않을 것이다. 그날의 대화와 기분에 따라, 관심사와 옆자리의 음료에 따라, 즉흥적으로 또 다른 음의 스캣을 부르게 될 것이다. 드링커 분들도 오늘 소개된 서사를 따르기보다 각자의 서사를 펼치길 바란다. 판테라는 결국 그럴 수밖에 없는 공간이니까. 모두 각자의 리듬대로. 샤빱뚜비두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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ᑯ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10길 24
ᑯ 영업시간
월-토 19:00-03:00
매주 일요일 정기휴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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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inkit Road
무더운 여름에는 진이 빠져 더 빨리 취하게 된다. 그러니 맛있는 술을 오래 즐기기 위해서는 위장을 탄수화물과 카페인으로 든든하게 채워두어야 한다. 에너지를 충전하기 좋은 4곳을 잠실새내에서 만나보자. 에어컨도 빵빵한 곳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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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테라에서 걸어서 5분
진한 닭 국물이야 말로 해장술을 부르는 안주다. 쫄깃한 살코기를 향긋한 부추 양념장에 찍어 함께 먹어보자. 마무리로 볶음밥은 필수.
ⓒ 큰손닭한마리 |
파오파오
: 판테라에서 걸어서 5분
새마을시장의 손만두 맛집으로 소문난 곳. 야들야들한 만두피에 탱글한 고기와 새우가 잔뜩 차있다고 한다. 만두x맥주 조합을 즐겨찾는 분들께 추천한다.
ⓒ 파오파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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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더바닐라
: 판테라에서 걸어서 2분
감성까지 챙긴 수제 디저트 맛집이다. 바질토마토쿠키, 크럼블크림푸딩 등 여름에 즐기기 좋은 디저트도 준비되어 있다.
ⓒ 온더바닐라 |
던던
: 판테라에서 걸어서 10분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의 카페이다. 특히 마들렌 맛집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곳이니, 빵덕후라면 빠르게 방문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 던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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