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지 않은 것들

- 외부에서 우리를 반겨주는 귀여운 유령들도 여전하다.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존재하는 맥주 속 효모처럼 보이지 않는 유령들은 1년 전과 마찬가지로 가게 앞을 지키고 있었다.

- 옆 사람과 자유롭게 편하게 시선이 닿으면서 이야기하길 바라며 만든 원형 테이블, 시선을 사로잡는 맥주잔들 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서면 반겨주는 대표님의 목소리도 변하지 않았다.

변한 것들

- 대표님이 포브스에 비어 소믈리에 최초로 기고되었다. 국가대표 비어 소믈리에의 품격을 볼 수 있는 글이다. 궁금한 분들은 직접 방문하여 확인해 보길 바란다.

- 전에는 못 보던 유령 오브제들이 눈에 들어왔다. 직접 구매하신 거냐고 여쭤보니 단골 손님들이 여행 가서 유령 오브제들을 발견하면 하나 둘 씩 선물해 주셨다고 한다. 1년 동안 방문객들의 사랑 또한 쌓였다.

- 1년 전과는 다른 비어 테이스팅 코스가 준비되어 있다. 지난 번에 소개했던 비어 테이스팅 코스를 버전 1이라고 치면 지금은 벌써 다섯 번째 버전이라고 한다. 이번 버전은 Re;fresh 더운 여름, 쉬어가는 느낌의 맥주를 소개하는 코스로 만들었다고 한다. 지금은 맥주들이 거의 소진되어 같은 코스를 즐기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걱정하지 말라, 9월에는 가을에 어울리는 맥주들로 당신의 입을 사로잡을 테니까 말이다.

와인에 품종이 있다면 맥주에는 스타일이 있다!

오늘 처음으로 소개되는 맥주는 블론드에일이라고 불리는 맥주 스타일이다. 황금빛깔의 머릿결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밝은 황금색을 띄고 있는 맥주다. 보통 크래프트 맥주라고 하면 거대 자본에서 벗어나 양조장 특유의 색깔과 실험정신의 대표주자로 알려져있는데 크래프트 맥주 협회에서 정말 거대 자본과 독립되어서 만드는 양조장에 Independent라는 마크를 달아준다고 한다.
음악으로 치면 인디음악 인증마크인 셈이다. 재미있는 건 이 인증마크조차 독립적이지 않다고 거부하는 양조장이 있다는 것이다.

블론드 에일이 첫 맥주인 이유는 명확하다. 8월의 뜨거운 햇살을 몸에 덕지덕지 붙이고 온 손님들에게 가벼운 목 넘김과 청량함으로 무장한 시원함을 선사하기 위해서다. 정말로 더위를 싹 가시게 하는 청량함이 존재했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마시는 라거의 맛은 아니었다. 홉 특유의 쓴맛이 가미되어 있고 기포도 기성 맥주보다는 더 부드럽다. 6.2%라는 낮은 도수에서는 다양함을 표현하기 어렵다고 하는데 블론드에일은 달랐다. 첫 맥주부터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포도 맥주 / 내추럴 와인 / 쿰쿰함

난생처음 마셔보는 맥주가 등장했다! 맥주에 포도 껍질이 들어갔다고 한다. 근처 양조장에서 와인을 만들 때 버려지는 포도 껍질을 가져와서 양조장만의 비법으로 후처리를 한 뒤 맥주가 발효되는 오크통으로 들어간다고 한다. 그래서 스타일명도 그레이프 에일이다.

포도 자체에도 야생의 효모가 붙어있기 때문에 포도를 통해서 발효가 새롭게 일어나면서 우리가 흔히 아는 내츄럴와인과 비슷한 맛을 낸다고 한다. 심지어 포도와 맥주의 비율을 5:5로 섞어 이것은 와인인가? 맥주인가? 논쟁을 펼치게 되는 새로운 스타일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우선 신비로운 이야기로 귀를 예열하고 혀를 안달 나게 만들었으니 바로 한 잔 마셔본다. 정말로 내추럴 와인의 쿰쿰함을 만날 수 있었다! 아니 어쩌면 기존에 마셔봤던 입문용 내추럴 와인보다 더 쿰쿰함이 살아있다. 마시자마자 대표님과 눈을 맞추며 ‘이거 진짜 맥주에요?’라는 눈빛을 보냈다.

함께 페어링하기 좋은 치즈는 푸른곰팡이 치즈다. 이열치열의 정신일까, 내추럴 와인 같은 맥주에 푸른곰팡이 치즈라니. 의심을 뒤로한 채 대표님의 추천에 혀를 맡겨본다. 의외로 서로의 맛이 자연스레 섞이며 한층 더 부드럽게 다가왔다. 맥주를 마시면 치즈가 당기고 치즈를 먹으면 맥주가 당기는 무한궤도에 돌입하기에 딱이다.

또 하나의 그레이프 에일 음용 팁은 상온에 어느정도 놔두면 맛이 더 부드러워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20분가량 상온에 놔둔 뒤 마셔보니 포도 특유의 상큼한 신맛이 기분 좋게 남아있었다. 내추럴 와인을 잘 마시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처음 몇 입은 쿰쿰함에 도전해 보고 잠시 상온에 놔둔 뒤 조금은 부드러워진 그레이프 에일을 만나보길 바란다.

우리나라에서는 쌀로 막걸리를 빚어 농부들이 마셨다면 세종은 벨기에 농부들의 새참을 책임지는 술이다. 그리고 가장 논쟁거리가 많은 맥주 스타일이기도 하다. 세종이라는 스타일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 아직도 맥주 매니아들끼리는 갑론을박이 치열하다고 한다.

실제로 에디터가 마셔본 세 가지의 세종 모두 비슷하면서도 제각각의 맛이었는데 오늘 마셔본 반데 브루어 세종은 과거 벨기에에서 농부들이 마셨을 것 같은 세종을 충실하게 복각한 맥주라고 할 수 있다.

맥주계에서는 ‘브렛’이라고 불리는 학명 ‘브레타노마이세스’라는 효모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이 효모가 들어가면 어떤 향이 나는지 여쭤보니 비에 젖은 가죽 냄새를 맡을 수 있다고 한다. 향을 맡아보니 시골 냄새와 가죽 향이 코 속으로 침투한다. 첫 모금에서도 그 향에 직격탄을 맞았다. 그렇지만 또 은은한 열대 과일향이 뒷맛에 남아있다. 슬슬 맛에 적응할 때쯤 대표님께서 염소 치즈와 페어링을 권유하셨다. 흔히 볼 수 없는 경도가 단단한 염소 치즈였는데 씁쓸하고 강한 세종의 맛을 중화시켜 주었다.

다양한 이야기들을 간직한 맥주들의 향연에 입이 즐거웠고 대표님과의 설명과 대화 속에서 귀가 즐거웠다. 반원 모양의 테이블 덕분에 가끔 옆에 앉은 일행과 맥주의 종류는 분명 달라졌지만 맥주 자체의 매력에 대한 사랑은 여전했다.

자연스럽게 많은 이야기들을 나눴다. 러닝과 수영, 언젠가 철인 3종 경기를 나가보겠다는 다짐 그리고 얼마 전 다녀온 베를린 출장에서 보았던 저녁 9시 반의 노을까지. 모든 것이 달라졌지만 그럼에도 변하지 않은 것들이 남아있기에 에디터는 이곳을 또 찾아왔는지도 모른다. 어제와 다른 오늘 오늘과 다를 내일 그사이 어딘가를 걸어가고 있을 드링커 분들에게 오늘의 <퍼멘티드 고스트>를 다시 한번 소개하였다.

장소를 취재하러 와서 술을 대하는 태도 그리고 브랜드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에 대해서 배우기까지 했다. 앞으로의 드링킷도 기대해 주시길 바란다.

퍼멘티드 고스트

ᑯ 서울 성동구 성수일로3길 5-12 1.5층
ᑯ 영업시간
   월 - 토 17:00 -24:00

   매주 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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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룬

: <퍼멘티드 고스트>에서 걸어서 2분

독일의 국민 간식 되너 케밥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우리나라의 떡볶이 만큼 친근한 독일의 국민 간식으로 빵 사이에 케밥과 야채가 가득 들어간 색다른 풍미를 느낄 수 있다. 넓직한 공간과 베를린 장벽의 <형제의 키스> 그림 사이에 케밥을 끼워 넣는 재치 넘치는 인테리어도 확인해 볼 수 있다.

ⓒ 그룬

어글리크림치즈

: <퍼멘티드 고스트>에서 걸어서 4분

테이크아웃 전문점이지만 요즘 트렌디한 쫄깃한 베이글을 지나칠 수 없어 소개한다. 기본에 충실한 베이글과 크림치즈 그리고 에그마요, 바나나, 피넛버터, 바베큐까지 다양한 토핑이 어우러진 샌드위치까지 준비되어 있다. 점심에 간단한 한끼도 대충 챙길 수 없다면 당장 방문해보자.

ⓒ 어글리크림치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