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잡지를 출판하던 곳에서 운영하는 펍이 있다고!”

‘크래프트맥주’라는 단어보다 ‘수제맥주’가 더 익숙한 어감이었던 시절이 있다. MZ한 드링킷 구독자들에겐 생소할 수 있겠지만, 맥주창고, 와바 같은 곳에서 수입 병맥주 하나 마시면 뭔가 특별한 기분이 들었던 과거 어느 시절.

그 이후 약간의 시간이 흘러, 국내에 맥주를 널리 알리고자 과감하게 맥주 전문 잡지를 편찬하던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비어포스트’다. 맥주 전문 잡지라니 너무나도 무모하고 용감하지 않은가. 현재는 코로나를 거치며 아쉽게도 더 이상 출판되지 않는 잡지지만, 그 열정과 지식과 노하우를 담아 오픈한 비어바가 바로 ‘비어포스트바’다.

국내 크래프트맥주(이하 ‘크맥’) 매니아들 사이에서 맥세권으로 유명한 동네를 꼽으라면 어디일까? 먼저 이야기 나오는 곳으로는 성수, 합정이 있겠고 그 다음은 아마 문래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1,2층짜리 철공소 건물을 리모델링한 세상 힙한 밥집, 술집, 카페가 하루가 멀다하고 속속 등장하고 있는 문래 창작촌 사이, 예전부터 자리를 지키던 크맥 브루어리와 펍들이 있기 때문.

철공소 벽돌 건물들 사이에서 빼꼼 튀어나온 초록색 파사드를 찾았다면 그 곳이 바로 비어포스트바다. 아주 넓지는 않지만, 사방이 과거 출판된 비어포스트 잡지로 채워진 아늑한 홀은 아지트 같은 안정감을 느끼게 한다. 잡지는 자유롭게 열람이 가능하니 맥주를 주문하고 진득하게 펼쳐보는 것도 즐거운 일.

맥주의 종류가 다양하기에 구경하는 재미도 크지만, 초심자에겐 무엇을 골라야 할 지 많은 고민이 될 것이므로 직원분들께 조언을 여쭤봐도 좋다. 뛰어난 지식으로 당신의 취향에 맞는 맥주를 콕 골라줄 것이다.

이곳 맥주의 다양성 덕분에 멀리 지방에서도, 혹은 외국인까지도 비어포스트바를 찾아오곤 한다. 필자는 어떤 캐나다인이 자기네 나라 맥주가 여기 있다며 마셔보라고 주고 가는 경험을 한 적도 있다.

🍻 라 트라페 위트 (La Trappe Wheat)

🍻 도수 : 5.5%

🍻 가격 : 400ml – 10,000원

라 트라페는 네덜란드 코닝슈벤 수도원에서 양조하는 수도원 맥주 브랜드이다. 맥주로 정통 수도원 제품 인증 (Authentic Trappist Product) 을 받은 전 세계 10개의 수도원 중 하나. 그 귀한 녀석을 국내에서 맛볼 수 있다는 사실 만으로 텐션이 차오른다.

보통 수도원 맥주 (=트라피스트 에일) 은 알콜 도수 6% 이상의 두벨, 트리펠, 쿼드루펠과 같은 종류가 주를 이루며, 대중성이 좋은 밀맥주를 생산하는 곳은 극히 드물다. 라 트라페 위트는 그 드문 수도원 밀맥주에 속한다. 심지어 국내에 탭으로 들어오니 더욱 신선하고 각별한 맛을 즐기는 기분. 맥주펍에서 크맥 덕후들이 스타터로 자주 시키는 녀석 중 하나이다.

맥주 스타일 중 벨지안 화이트에 속한다. 밀맥주 특유의 탁한 외견에, 바나나와 정향의 캐릭터가 화사하게 피어나는 향이 매력적이다. 다른 부재료 없이 오직 효모와 홉만으로 만들어낸 이 마법같은 향. 동시에 느껴지는 탄산감의 청량함과 약간의 시트러스 감성은 음용성도 쭉 올려주어 편안하다.

🍻 구덴 카롤루스 위스키 인퓨즈드 (Gouden Carolus Whisky Infused)

🍻 도수 : 11.7%

🍻 가격 : 250ml – 11,500원

구덴 카롤루스는 벨기에에서 가장 오래된 양조장 중 하나인 1471년생 헷앵커 (Het Anker) 양조장 산하의 맥주, 위스키 브랜드이다.

이 맥주는 이름에서 보듯 위스키가 들어간 맥주라는 점에서 아주 독특하다. 기본이 되는 맥주는 구덴 카롤루스 임페리얼 다크라는 검고 진한 맥주. 여기에 구덴 카롤루스 맥주를 만들 때 썼던 것과 똑같은 맥즙을 증류해서 제조한 구덴 카롤루스 싱글몰트 위스키를 섞었다.

맥주 스타일 중 벨지안 다크 스트롱에 속한다. 도수는 무려 11.7%. 그 강력함이 어둡고 그윽한 외견으로 전해지지 않는가. 맥주라고 벌컥벌컥 들이켰다간 소맥 이상의 타격감에 정신을 차리지 못할 것.

쫀득한 거품과 묵직한 바디감을 느끼며 입에 담아보자. 달달한 맥아의 맛이 마치 카라멜이나 크림브륄레를 담은 듯한 캔디함으로 먼저 다가온다. 그리고 바닐라, 다크초콜릿, 커피와 같은 진득달달한 감성들이 주루룩 따라오는 게 아주 고급스럽다.

🍻 대나무잎 람빅 (Bamboo Leaf Infused Lambic)

🍻 도수: 6.8%

🍻 가격: 250ml – 9,500원

비어포스트바까지 왔으니 라거, 에일 외에 좀 더 독특한 녀석도 마셔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분이 계시다면 ‘람빅’이라는 종류를 추천한다. 라거와 에일은 효모와 발효 방식에 따라 구분되는 맥주의 큰 줄기다. 와인으로 치면 레드와 화이트 같은 것. 람빅은 국내에는 그리 알려지지 않은 제 3의 분류로, 독특한 발효 방식과 취급 양조장이 한정되어 일부 크맥 매니아들에게나 친숙한 스타일이다.

시큼한 맛과 쿰쿰한 향이 특색이라 호불호가 굉장히 강하다는게 위험 요인. 하지만 이런 부분을 람빅 제조업자들도 최근엔 충분히 인지하여, 다양한 부재료와 블렌딩을 활용한 대중성 있는 람빅을 생산한다.

이번에 맛보는 대나무잎 람빅도 그러한 람빅 중 하나. 양조장인 오드비어셀(Oud Beersel)은 벨기에에서 1882년에 시작된 정통 람빅 블렌더리 중 하나로, 루바브, 시추안페퍼, 그린월넛, 우롱차 등 다양한 인퓨전을 시도하여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람빅 특유의 시큼함과 쿰쿰함이 살아있지만 아주 날카롭지는 않게 진정되어 있다. 중간 부터는 녹차가 깔끔하게 올려주는 느낌이 생성되어 마냥 시큼하기만 한 불상사가 없도록 케어해주는 기분. 람빅이 궁금하기는 한데 겁도 나는 초심자 분들에게 추천할 만한 녀석이라 하겠다.

🍦 아이스크림 with 올리브유, 후추

🍦 가격: 5,500원

맥주하면 버거, 피자, 튀김, 소세지… 기름진 안주만 떠올리는 분들이 많다. 심지어 펍들도 대부분 그런 안주를 취급한다. 비어포스트바는 이러한 선입견을 깨기 위한 몇 가지 필살기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이 올리브유와 후추를 토핑한 아이스크림 디저트다.

🔗 INFO

ᑯ 서울 영등포구 도림로131길 15
ᑯ 영업시간

 월-목17:00 - 24:00
 금17:00 - 25:00
 토16:00 - 25:00
 일16:00 - 24:00

맥주의 나라, 독일에서는 오히려 '무알콜 맥주' 판매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독일에서 생산하는 맥주의 10%가 무알콜 맥주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요. 언제부터 이런 현상이 발생한 걸까요? >자세히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