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뉴스레터 오픈율 100%인
드링커 님의 추천을 받아 다녀왔습니다.
항상 드링킷을 애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드링킷에게 소개하고 싶은 곳이 있다면,
뉴스레터 하단의 술과 공간 추천하기 를 클릭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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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영동시장에서 장을 본다. 아, 노부부가 달여주던, 관절 치료에 그만인 한약도 한 사발 사 가야겠다. 단골손님은 이보게 장 사장-을 외치며 장생건강원의 문을 열었다.
이상하다. 웬 젊은 청년 둘이 콕-테일인가 뭔가 하는 술을 빚고 있다. 원래 가게 주인이었던 노부부의 20년 세월을 이어받아, 메리어트 호텔 출신의 바텐더가 간판은 그대로 둔 채 특이한 조합의 술을 팔고 있단다.
자세히 보니 요 앞 분식집의 떡볶이 소스와 술을 섞고 있다. 생경한 모습에 두 눈을 끔뻑이다 가게 이름을 물어본다.
"예전과 똑같아요. 장생건강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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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에서 알 수 있듯, 이곳은 전통시장과의 공생을 목적으로 건강한 컨셉의 칵테일을 제공한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오래된 나무 장롱 같은 체리색의 바 테이블이 입구부터 길게 이어진다. 안쪽에는 서너 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 4개가 놓여있다. 수많은 술병 뒤로 담금주가 여럿 보인다. 술에 대한 사장님의 진심이 느껴진다. 복도의 벽에는 이곳에 쓰이는 과일, 채소 등을 민화 풍의 그림으로 제작하여 걸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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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5가지 시리즈로 구성되어 있다. 드링커들을 위해 좀 더 편하게 분류해 보았다.
조선 셀렉션
대한민국 전통 명인들과 합작하여 만든 칵테일 시리즈. 전통 예술작품에 서빙되어 한국적인 맛과 멋을 즐기기 좋다. 주로 라이트한 칵테일이 대부분이다.
마켓 콜라보레이션
전통시장 상인분들과 합작하여 만든 4가지 칵테일을 맛볼 수 있다. 레시피가 매달 변경되는 점이 꽤 주목할만하다.
바텐더 스페셜
그런 날이 있다, ‘아무거나’ 메뉴가 존재했으면 하는 날. 바텐더에게 내 취향을 설명하면, 그에 상응하는 칵테일을 서빙한다. 영문 명마저 ‘how do you feel today’.
장생건강원 시그니처
건강 농도 200% 칵테일. 깻잎, 청양고추, 된장, 들기름 등을 활용한 메뉴이다.
장생건강원 클래식
칵테일의 근본을 맛보고 싶은 분들께 추천한다. 실패 확률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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똠얌
도수 : 23.0~25.0%
가격 : 25,0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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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 보고 경악한 당신을 충분히 이해한다. 에디터 또한 토끼 눈을 하고서는 바텐더님을 쳐다보니, 이국적인 맛이 강하게 나지 않는다고 안심시켜 주었다. *고든진에 **홈메이드 똠얌, 그리고 탄산수를 섞었다. 라임즙과 방울토마토로 상큼한 터치가 들어가며, 완성된 잔 위에 자스민과 코코넛 오일을 뿌려준다. 마무리로 손님이 직접 고추로 잔을 한 바퀴 문질러주면 끝.
술을 삼키고 나면 리밍한 고추로 인해 약간의 알싸함이 올라온다. (매운 향이 부담스럽다면, 끼워진 고추를 반 바퀴만 리밍해보자.) 비주얼로 인해 걱정했지만, 맛은 반전이다. 생각보다 상큼한 라임향의 칵테일이 입맛을 기분좋게 돋궈주기 때문. 음식 그 자체는 호불호가 갈리지만, 이곳에서만큼은 가장 인기 있는 시그니처 칵테일이다. 게다가 전통시장과 콜라보레이션 하여 탄생한 덕분에, 똠얌을 맛보러 온 손님들이 전통시장에 한 번 더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맛도 스토리도 훌륭한 칵테일이니, 신선한 칵테일을 즐긴다면 꼭 마셔보길 바란다.
*고든진: 시트러스 맛이 강한 정통 런던 드라이 진. 가장 대중적인 진이다.
**홈메이드 똠얌: 전통시장 내 태국음식점 ‘반피차이’에서 직접 만든 똠얌소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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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된장
도수 : 23.0~25.0%
가격 : 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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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딩 위에 노가리를 올린 줄 알았다. 온도조차 가늠할 수 없는 옹기에 서빙된다. 하지만 이름에 가장 충실하면서도 가장 맛있는 칵테일이다. *제임슨 블랙배럴, 파인애플, 그리고 된장을 믹스한 후 두부 크림을 얹었다. 그 위를 다시 소량의 마늘가루와 김치 칩으로 장식한다. 자 이게 무슨 맛인고 하니,
파인애플의 달달한 과즙이 혀를 감싸 안을 때 쯤, 된장의 감칠맛이 은은하게 올라온다. 두부와 된장의 뿌리가 같아서 그런지, 달달한 두부 크림이 된장의 고소함을 극대화한다. 잔을 내려놓자마자 마른안주에 맥주 즐기듯 직접 말린 김치를 베어문다. 달기만 했던 끝 맛을 짭조롬하게 잡아준다. 너무 달지 않은 데다가 김치까지 즐기는 칵테일이라니, 천상 한국인의 맛이다.
*제임슨 블랙배럴 : 세계 1위 아이리쉬 위스키. 두 번의 탄화 과정(새까맣게 그을린 배럴에서 숙성하는 과정)을 거쳐, 진하고 우디한 바닐라 향과 부드러운 목넘김이 특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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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대
도수 : 약 23.0~25.0%
가격 : 35,0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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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셀렉션 시리즈 중 베스트 메뉴, *경대이다. 외관만큼 제조방식도 특별하다. 우선 경대 안쪽의 1층 서랍을 향신료와 드라이 플라워로 채운다. 여기에 불을 붙여 태우면, 2층에 있던 음료에 훈연 향이 스며든다. 1층 서랍을 열어, 씁쓸하면서도 향긋한 탄내를 즐겨보자. 어느 정도 연기가 사라지면 거울 중앙에 꽂힌 빨대로 마시면 된다.
한국의 술인 화요 소주와 진도 홍주를 섞었다. 여기에 도라지, **스윗 베르뭇, 루바브 탄산수를 더했다. 상큼한 베리류의 향 끝에 도라지의 씁쓸함이 맴돈다.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보며 내면의 아름다움을 잊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제작한 칵테일이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뮬란’ 속 ost ‘reflection’ 이 생각나는 메시지다.
*경대 : 거울을 달아 세운 화장대
**스윗 베르뭇 : 포도주에 여러 향료와 약초를 혼합해서 만든 리큐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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깻잎
도수 : 30.0%
가격 : 20,0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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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 깻잎은 놀랍게도 장식용이 아니다. 야금야금 뜯어가며 음료와 함께 즐기면 된다. 이 독특한 먹방 뒤에는 이국적인 모히또의 향이 올라오는데, 칵테일은 진, 깻잎 비터, 간장, 라임, 그리고 탄산수의 조합이다. 보통 모히또는 럼으로 만드는데, 진이 들어가 특유의 솔향으로 인해 상쾌하고 깔끔한 맛이 났다. 레시피를 읽고 가장 궁금했던 간장은, 가벼운 감칠맛을 주는 용도였다. 장생건강원의 시그니처 메뉴 중 가장 도전해 보기 쉬운 메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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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여름에는 보양식이다. 푹 고아 낸 닭 국물에 꼬들꼬들한 면발과 담백한 닭고기의 조화가 저절로 술을 부른다. 맑은 국물에 비해 약간 매콤하니, 주문 시 취향에 따라 맵기 조절을 요청드리면 된다. 닭 반 마리가 들어가 식사 대용으로도 즐길 수 있다. 비교적 상큼하고 도수가 높은 깻잎 칵테일에 잘 어울린다.
이곳의 또 다른 안주, 김치 아란치니 또한 별미로 소문났다. 방문한다면 에디터 대신 먹어보고 꼭 후기를 남겨주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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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한 서프라이즈가 에디터를 반겼다. 명동과 을지로에 위치한 바 숙희 바텐더님이 장생건강원에서 게스트 바텐딩을 진행하는 날이었다. 이게 웬 행운. 생과일로 직접 만든 자두와 사과 칵테일을 마셔보았다. 달콤하고 상큼한 여름의 맛이 저절로 진실의 미간을 만들어냈다. 멀지 않은 미래에 반드시 드링킷에 소개해야겠다.
*게스트 바텐딩 : 타 술집의 바텐더가 영업시간 동안 함께 칵테일을 만드는 문화. 게스트 바텐딩이 종료 후, 근처 지역의 바텐더들끼리 모여 파티를 즐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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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입소문을 탄 곳이라 평일에도 사람이 많으니, 전화로 예약한 후 방문해 보자. 만약 방문한다면 드링킷이 추천하는 코스로 마셔보자. 깻잎, 경대처럼 라이트하고 상큼한 칵테일을 즐기다가 달달한 두부 된장찌개로 마무리. 속이 든든한, 한식 안주와 함께 한다면 금상첨화다.
맛있다는 칭찬을 연달아 해대는 바람에, 사장님께서 명함을 건네시며 다음에 또 들러줄 수 있겠냐고 부탁하셨다. 다음과 같이 말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네, 물론, 물론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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ᑯ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124길 23
ᑯ 영업시간
매일 19:00-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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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inkit Road
아래 장소들을 방문하기 전, 영동시장부터 구경하자. 왁자지껄 사람냄새 물씬 나는 시장 풍경에 저절로 발걸음이 느려진다. 시장 가판대에서 판매하는 음식을 즐겨도 좋다. 이번 호의 드링킷 추천 코스는 참고 정도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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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동안 영동시장을 지킨 골목대왕이다. 매콤하고 달짝지근한 닭고기 살이 일품인 닭볶음탕은 물론, 대창의 오돌오돌한 고소함을 맛볼 수 있는 곱도리탕이 이곳의 별미. 파무침과 갓김치는 시원 칼칼함에 반해 리필을 저절로 요청하게 된다.
ⓒ 이층집 닭도리탕 |
전통시장에서 #감성카페 를 찾을 줄 몰랐다. 알고 보니 분위기뿐만 아니라 커피 맛집이다. 적당한 산미를 가진 커피에 바나나 블루베리 크로플 한 입. 전통시장을 구경하다가 지칠 때쯤 이곳에 들러 시원하고 달콤한 휴식을 취해보는 것은 어떨까.
ⓒ 슬로우앤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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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e by
진: 절주합시다.
청하: 술이 달다.
피노: 잘 살기 위한 술 한 잔.
쇼블: 한 잔 한 잔에 이야기를 담자.
포터: 한 캔만으로도 즐기기엔 충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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