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곳에서 흔히 마실 수 있는 위스키, 칵테일은 뒤로하고 디스틸에서 즐길 수 있는 칵테일 세 잔을 소개하고자 한다.

입 안에서 불꽃축제가 열린 느낌이다. 조니워커 블랙라벨을 베이스로 훈제 파프리카 파우더, 핑크페퍼, 자몽 껍질을 불에 그슬려 가니쉬로 더한다. 한 모금 마시면 짐빔 하이볼이 생각나는 향이 코를 감싼다. 그 뒤는 가니쉬로 더한 파프리카 파우더와 자몽 껍질 덕에 탄 향이 진하게 남는다. 텁텁하기보다는 드라이하다. 입에서 불씨가 가득 터지고 연기가 입 안에 남은 것 같은 스모키함이 느껴진다.

바텐더님이 시동을 거는 의미의 첫 잔으로 많이 추천한다. 주량이 소주 3잔인 에디터도 마시고 크게 취한 느낌은 들지 않았으니 첫 잔으로 시동 걸기에 적당하다.

이태리어로 천국의 꽃이다. 화이트와인에 *프로세코 시럽을 더해서 도수와 달콤함을 동시에 잡았다. 디스틸의 스테디셀러 중 하나였던 지옥의 꽃과는 반대되는 맛이다. 지옥의 꽃은 묵직하고 진한 반면 이름이 반대인 만큼 로사 파라디소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칵테일이다. 이탈리아산 장미인 파라디소처럼 붉은빛을 띤다.

가벼운 칵테일이라고 소개했지만 단순한 달콤함보다는 조금 더 다양한 레이어가 담겨있다. 향을 맡았을 때는 도수가 걱정되었지만, 입에 넣었을 때는 꽃에서 느낄 수 있는 달콤하면서 식물 특유의 쌉쌀함까지 느껴졌다. 눈으로 빨간 장미 같은 로사 파라디소를 즐기고, 입에서 장미와 프로세코 시럽이 합쳐진 향을 맡고, 목뒤로 넘겼을 땐 알싸한 향이 감싼다.

*프로세코 시럽 : 백포도주의 종류로 드라이하고 맛이 아주 건조한 스파클링 포도주 프로세코. 디스틸에서 시럽으로 커스텀했다.

미스터 카르멘 네그로니

도수 : 22.7%

가격: 20,000원

과거 한 노신사가 디스틸을 자주 방문했다. 그는 자신의 앨범을 직접 가져와 청음 한 후 매장에 기부하곤 했다. 시간이 흘러 노신사를 다시 볼 수 없게 되었고, 바텐더는 2019년 *캄파리 경연대회에서 그를 기리기 위한 특별한 칵테일을 만들었다. 그가 가져온 첫 번째 앨범 주인공인 카르멘의 이름을 따서 네그로니를 만들었고 앞에 미스터를 붙였다.

이야기만큼 맛도 흥미롭다. 캄파리를 베이스로 보통 네그로니에 들어가는 진 대신, **담솔과 얼음을 함께 섞는다. 전체적으로는 바디감이 묵직하고 스모키하다. 첫맛은 달콤하지만, 그 속에 맛의 층위가 다양하다. 버번에 비터와 설탕을 섞은 단맛이 느껴지다가 목을 넘어갈 때쯤 알코올향이 훅 올라온다. 그 뒤 오렌지 껍질, 자몽 껍질을 태운 인센스를 옆에 두어 향을 더해준다. 향이 중요한 칵테일이기에 얼음은 뺀다. 오늘 맛본 세 가지 칵테일 중 바디감과 알코올 향이 가장 묵직하고 강하다. 뒤에서 소개할 안주와 굉장히 잘 어울린다.

*캄파리 : 이탈리아 가스뻬리 캄파리가 약용으로 사용되던 비터스를 개량하여 만든 술

**담솔 : 선비를 상징하는 40도의 소나무 증류주

기본 안주지만 짚고 넘어가야 할 맛이다. 비스킷에 아몬드 가루와 꿀이 올라간 크림치즈가 함께 나오는데 위에서 소개한 모든 칵테일들과 잘 어울린다. 맛이 강하지 않지만 아몬드의 고소함이 칵테일 맛을 해치지 않고, 입안을 감싸 안는다. 특히 수제로 만든 크림치즈는 기본안주 그 이상의 역할을 해주었다.

기본안주와 더불어 칵테일들과 잘 어울린다. 스파커나 미스터 카르멘 네그로니 같은 스모키한 칵테일 마신 뒤 입 안을 중화시켜준다. 순두부 같은 식감을 가진 부라타 치즈와 방울토마토의 식감이 잘 어우러진다. 치즈와 후추, 토마토, 바질, 올리브오일, 발사믹을 크게 기교를 부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섞은 맛이다. 우리가 흔히 먹는 카프레제와 비슷한 맛이다.

디스틸

ᑯ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15길

ᑯ 영업시간

    매일 17~22시

맛 :  4.5 / 5

가격 : 3 / 5

서비스 : 4.5 /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