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의 마지막은 정말 특별한 객원에디터 분과 함께 그 분을 닮은 곳을 소개해드립니다. 따라서 오늘의 제목은 어그로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드링킷 역사상 주량은 새내기 수준이지만 그 누구보다 술을 사랑하는 분의 글입니다. 마지막까지 꼭 읽어보세요:)

시그니처 메뉴를 모두 맛보고 싶은 욕심이 들었지만, 아주 어렵게 딱 3가지 칵테일을 골라봤다. 에디터는 알쓰(a.k.a. 알찌, 술찌… 등)인 만큼, 첫 잔은 논알코올 칵테일로 시작.

라벤더티와 플럼, 애프리콧, 핑크페퍼, 라임으로 구성된 만큼 '별로 달지 않겠지?' 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시켜보았다. 역시, 알쓰인 내가 지인의 템포에 맞춰 그 시간을 열기에 제격인 메뉴였다. 간혹 논알코올 칵테일은 시럽의 맛만 잔뜩 나서 ‘이거 그냥 벌크업 용인데?’ 싶을 때도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그렇지만 이 칵테일은 부담스럽지 않게 적당히 달고 상큼해서, 내 친구가 먹는 칵테일에서 단지 알코올만 쏙 뺀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깔끔했다.

누군가는 논알콜 칵테일을 어떻게 칵테일이라고 부를 수 있냐(=그냥 음료수 아니냐)라고도 하지만, ‘Mock-tail’(가짜 칵테일)이라고도 하는 만큼, 술을 못하는 사람도 즐길 수 있게 도와주는 위트있고 장난스러운 칵테일이라고 생각해보자

‘누룩’은 두가지 누룩을 이용해 만든 칵테일로, 태운 보리를 채운 커다란 대접 위에 칵테일 잔을 올려두어, 보리의 향과 함께 마실 수 있도록 구성한 메뉴. 한국식 하이볼이니만큼, 옛 선조들이 막걸리 마시듯이 대접을 두 손으로 들어 향을 음미하며 마시라고 말씀해 주셨다.

칵테일을 이렇게 구수하게(?) 먹는다고? 안 해볼 수 없지. 이렇게 향토적인 방식으로 칵테일을 먹는 행위부터 코에서는 고소한 보리 향이, 입에서는 깔루아 같이 달달한 맛이 동시에 느껴지는 것까지 모두 이색적이었다.

워낙 특별한 칵테일이 많은 파인앤코지만, ‘앤트 러브 콘’이야말로 파인앤코에서 가장 특별한 메뉴가 아닐까? 이름 그대로, 칵테일을 통해 개미를 만날 수 있으니까. 최근 곤충이 미래 식량으로 각광받고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런데 내가 파인앤코에서 이 미래 식량을 살짝 체험해보게 될 줄이야.

잔 안에는 데킬라 베이스에 콘밀크를 첨가한 아이스크림 같이 부드러운 칵테일이 담겨있다. 잔 위에는 옥수수를 말려 만든 콘칩과 꿀이 있고, 그 꿀을 향해 개미가 줄지어 가고 있다. 그게 무슨 말이냐고? ‘앤트 러브 콘’의 플레이팅이다. 실제 식용개미를 이용해 꿀을 찾아가는 개미의 모습을 형상화하여 보여주는 칵테일이다.

개미는 산미가 많은 식재료로 유명한데, 워낙 부드럽고 달달한 이 칵테일의 특성상 오래 먹으면 질릴 수도 있는 부분을 산미가 많은 개미로 한번 잡아주면서, 끝까지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물론 호불호 많은 메뉴일 건 말해 뭐하겠나 싶다.)

지금이야 전세계 각지에서 만든 온갖 술을 쉬이 접할 수 있는 시대이지만, 과거 금주령 시대에는 숨어있는 장소 곳곳에서 은밀하게 직접 만들어 먹었던 것이 바로 술 아닌가.

파인앤코는 마치 그 시대의 관념을 답습하듯이, 모든 칵테일 메뉴를 스스로의 방식대로 직접 만들어 소개하고 있는 곳이다. 파인앤코가 정통 ‘스피크이지바’처럼 느껴진 건 바로 그 이유 때문이었던 걸까? 혹은 입구를 제대로 찾지 못했던 파인앤코의 첫인상 때문일까?

이유가 무엇이든 술 다운 술을 찾고 싶을 때, 진짜 술을 좋아하는 바텐더들을 만나고 싶을 때, 혹은 “진짜 바 다운 곳 가고 싶어” 라고 말하는 친구를 데려갈 장소를 찾고 있을 때 갈 만한 장소를 찾은 것 같다. 에디터 역시 조만간 또 가볼 예정. 메뉴판 바뀌기 전에 다른 메뉴들 도장깨기 해볼 예정이니까! 

간이 많이 상했습니다. 지난 2년 동안 즐겁게 부어라 마셔라 휴식기를 주지 않은 탓입니다. 그럼에도 고칠 생각은 없어서 문제네요. 어쨌든 이 핑계로 드링커 분들과 술 마실 기회를 가져보고자 합니다. (24/01/19 예정. 사실 이날 드링킷 2주년입니다.)

MBTI의 마지막 단어는 J 입니다. 그 알파벳이 부끄럽지 않도록 준비하겠습니다. 그런데 그 전에, 드링커 분들을 좀더 알고 싶어요. 제가 내적 친밀감을 만들어 둔다면 더욱 내실있는 모임을 준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니 아래 설문지에 드링킷에 대한 애정을 남겨주신다면, 모닥불처럼 활활 타오르는 마음을 가진 분들을 선별하여 자리를 마련하겠습니다. (에디터와의 만남 이외에도 선물이 있어요)

올 한 해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내년에 숙취와 함께 만나요 우리:) 

※ 신년 레터는 24/01/10(수)부터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