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과의 시간을 소중히 기억하는 사장님은 공간에서도 그만의 장점을 녹여냈다. <법원>이 들어서기 전에 이 공간은 ‘우원’이라는 한정식 식당이 있었다. 근처 현대 그룹 직장인들이 점심 시간만큼은 상급자의 눈치 보지말고 편하게 식사하기를 바라는 ‘우원’ 주인장의 배려로 다다미식의 방 구조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법원>도 ‘우원’의 이야기를 이어받아, 손님을 응대하는 Bar가 없는 형태의 Bar를 만들게 되었다. 원목의 질감과 색감으로 작은 방들을 많이 만들어둔 덕분에, 예스러운 단독 주택의 편안함도 느낄 수 있다. 공간이 주는 안락함이 손님들에게도 전해졌는 지, 삼삼오오 모인 손님들은 조용한 수다를 나누고, 그 수다가 <법원>을 채우는 배경 음악이 되고 있다.

클래식한 칵테일인 ‘올드 패션드’를 <법원> 스타일로 재해석했다. 불릿 라이(Bulleit Rye) 위스키*와 체리 브랜디(Cherry Brandy)**에 허브와 꿀을 넣어 만들었다. 올드 패션드라고 하면 칵테일치고는 알코올 향이 강한 탓에 호불호가 있는데, 이 ‘법원 패션드’는 <법원>에 방문한다면 걱정말고 반드시 주문해보기를 추천한다.

알코올 향보다는 위스키와 브랜디의 달콤함이 더 잘 느껴진다. 가니쉬로 제공되는 버번 위스키에 절인 체리는 법원 패션드를 과일로 압축 표현해낸 것 같다. 법원 패션드를 한 모금하고 체리를 한 입 베어물면 이 술이 가진 맛들을 직관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다. 단순히 달콤한 것만은 아니고 함께 들어간 허브향 덕분에 흡사 수정과를 마시는 느낌도 준다.

*라이 위스키 : 호밀 51% 이상으로 만드는 라이 위스키 중 하나다. 위에서 언급된 불릿 라이의 경우 호밀을 95% 사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라이 위스키는 버번과 그 맛과 향에 큰 차이가 없다. 은은한 단 맛에 후추 향이 조금 더 강한 정도다.

**체리 브랜디 : 와인을 증류하여 숙성시킨 브랜디에 체리 원액을 넣어 가향한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브랜디보다는 리큐르에 오히려 가깝다. 과실향이 강하기 때문에 주로 식전주나 칵테일 레시피에 사용된다.

버번 위스키에 딸기, 흑설탕, 레몬즙을 넣어 인퓨징*했다. 달콤한 딸기의 향과 버번 특유의 꿀 향이 어우러져 위스키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편하게 먹을 수 있다. <법원>에서 위스키를 shot으로 주문하게 되면 사진과 같이, 온더락으로 먹을 수 있게끔 얼음을 함께 제공하는데, 딸기 위스키를 온더락으로 마실 경우, 향과 맛이 묽어지는 경향이 강해 샷으로만 즐길 것을 추천한다.

200ml 단위로 가져갈 수 있게도 판매하고 있다. 위스키와 소다를 1:2의 비율로 섞어 하이볼을 만들면 달콤한 딸기 하이볼을 집에서도 마실 수 있으니 방문해서 마음에 든다면 한 병 챙겨가는 것도 추천한다.

*인퓨징 : 술에 재료의 맛을 우려내는 것을 말한다. 처음에는 음식을 보존하기 위해 알코올에 담구어 보관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었는데, 최근에는 술의 맛과 색을 취향에 맞게 변화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다크 초콜릿과 바닐라 뉘앙스가 인상적인 독특한 위스키다. 커피나 술을 마실 때 초콜릿 맛이 난다고 표현하는 경우는 봤는데, 이 술은 다르다. 진짜 초콜릿이 들어가 있다. Mast Brothers Chocolate Factory*의 초콜릿 원료를 콘 위스키**에 인퓨징했다. 시중에 파는 카카오99% 초콜릿을 마신 느낌이 들 정도로 다크 초콜릿의 느낌이 강하게 느껴진다.

카카오의 씁쓸함이 매우 강하기에 견과류나 달콤한 초콜릿과 함께 먹는 것을 추천한다. 달콤한 초콜릿을 먼저 먹고 초콜릿 위스키를 마시면 그 향은 더욱 풍부하게 느낄 수 있으면서 씁쓸함은 잡아주어 훨씬 기분 좋게 마실 수 있다.

*Mast Brothers Chocolate Factory : 뉴욕에 위치하고 있는 초콜릿 생산 업체이다. 초콜릿 산업 내 하나의 흐름인 ‘bean to bar’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곳이다. 카카오 빈의 맛을 초콜릿 바에 그대로 옮긴다는 의미에서 홈메이드와 공장형 초콜릿 생산의 가운데에 위치해 있다.

**콘 위스키 : 버번 위스키와 공통적으로 옥수수를 원료로 사용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만, 옥수수 사용량이 버번은 51% 이상이라면, 콘 위스키의 경우 80% 이상이 조건이기에 옥수수 특유의 단 맛을 더 잘 느낄 수 있다.

견과류 3종, 건과일 3종, 월넛&푸룬 로그, 다크초콜릿&화이트초콜릿으로 구성된 플레이트다. 상호명을 담은 플레이트에서 알 수 있듯이 <법원>의 모든 위스키들과 어울리는 음식들만 알뜰히 담아냈다.

‘법원패션드’의 달콤함을 살려줄 로그, 딸기위스키의 향긋함과 어울리는 건과일, 마지막으로 초콜릿 위스키의 매력을 강화해 줄 다크초콜릿까지 구성이 알차다. 에디터는 Bar에서 플레이트를 주문할 때는 끌리는 메뉴가 없거나, 잘 모를 때 주문하게 되는데 <법원>에서는 다시 방문해도 이 플레이트를 주문할 것 같다.

갓 구워낸 애플 파이와 하겐다즈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올라가 있다. 테이블에 서빙해주실 때, ‘갓 구워내어 가운데 부분은 뜨거울 수 있으니 조심해주세요’라는 배려까지도 달콤하다. 단 것과 단 것이 만났는데 의외로 부담스럽지 않았다. 따뜻한 애플 파이 한 조각 위에 차가운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올려 먹자. 평소 디저트를 즐기지 않는 에디터도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법원패션드’ 혹은 <법원>에서 취급하고 있는 다른 버번 위스키와 함께 먹는 것을 추천한다. 이 메뉴와 함께 한다면 버번 위스키가 갖고 있는 달콤함과 바닐라 향이 극대화된다. 주의해야 할 점은 술과 안주의 조화가 너무 좋아 계속 먹게 될 수 있으니 주머니나 칼로리가 걱정된다면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것이다.

손님과의 추억을 상호명으로 쓴 것, 옛 공간의 배려를 이어가는 것의 세심함이 술과 음식에도 묻어있다. 소개해준 술들 외에도 <법원>에서만 취급하는 킹스카운티 버번 위스키*의 다른 위스키들 또한 매력있다고 하니, 여러 번 찾아가서 하나 하나 마셔보고 싶다. 이 글이 발행되기 전에 에디터는 한 번 더 가볼 것이다.

*킹스카운티 버번 위스키 : 뉴욕에서 운영 중인 가장 오래된 위스키 증류소. 버번 위스키의 달콤함과 바닐라 향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양조장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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