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브루>는 우리에게 친숙한 캔맥주 ‘구미호 I.P.A’, ‘경복궁' ‘남산 에일' 등을 생산하는 브루어리다. 하지만 캔맥주만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고객들에게 신선한 맥주를 제공하기 위해 청담동에 플래그쉽 스토어를 세웠다. <카브루 브루펍> 입구에서부터 보이는 양조기가 “캔맥주가 전부라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라고 말해주는 듯 하다. 이곳에선 11가지 종류의 *드래프트 비어와 맥주와 어울리는 디쉬들이 당신을 반겨줄 것이다.

내부로 들어가면 2000년대에 유행했던 그래피티가 그려진 브루하우스가 중앙에 자리한다. 마치 우리나라 1세대 브루어리의 존재감을 보여준다. 그리고 카브루의 다양한 매력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아홉 개의 꼬리를 가진 구미호 장식도 벽면을 채우고 있다.

내부에는 4인에서 8인까지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구비되어 있고 요즘 같은 가을 날씨에 즐기기 좋은 야외석도 있다.

*드래프트 비어 : 흔히 생맥주라고 불리며 발효를 위해 넣은 효모가 그대로 살아있어 멸균한 캔, 병맥주보다 깊은 풍미를 느낄 수 있다.

11가지 드래프트 비어들 아래에는 본인이 선택한 4가지 종류의 맥주를 120ml 샘플잔에 즐겨볼 수 있는 ‘샘플러'(18,000원)가 있다. 함께 나오는 설명 카드에선 도수와 *IBU 그리고 맥주의 특징이 쓰여 있는 세심한 친절이 보인다. 다양한 종류의 맥주를 체험하며 자신의 맥주 취향을 찾을 수 있으면서 가격 또한 합리적인 메뉴다. 에디터들과 함께 간 드링커분들은 IPA부터 아메리칸 페일 에일 그리고 다크에일까지 다양한 맥주를 각자 취향껏 담았다. 아래 소개하는 맥주 4가지는 에디터가 선택한 맥주들이다. 드링커들이 선택한 맥주와 후기는 이후 드링킷 인스타그램에 올라올 콘텐츠를 확인해보자.

*IBU : International Bitterness Unit 의 줄임말로 맥주의 쓴맛을 나타내는 수치이다. 높을수록 쓴 정도이며 버드와이저 같은 라거 종류가 7-15정도 수치다. 단 수치와 사람이 느끼는 쓴맛이 1:1로 완벽히 매칭되지는 않는다.

(아래에 맥주 가격은 단독으로 주문할 시 금액이다. 사진 속 샘플러의 양과 가격과 비례하지 않는다.)

세종(saison)은 벨기에에서 농부들이 작업의 고단함을 잊기 위해 마신 농주다. 흔하게 접할 순 없는 맥주 종류로 <소버>와 <끽비어 컴퍼니>에서도 소개한 적이 있다. 최초의 세종은 농번기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취하지 않을 정도인 3-4도 정도의 도수를 유지했다. 또한 야외 주조가 대부분이던 이때는 태양 빛에 맥주가 변질되는 것을 막고자 *홉을 잔뜩 넣었지만, 현재에 와서는 7도 이상의 세종 맥주들을 많이 만나 볼 수 있다. 상큼한 사과 향과 알코올이 입 안을 가득 감싸는 것이 특징인데 처음 세종을 접하는 사람들에겐 과실 향과 알코올 향이 조금은 부담될 수 있는 맥주다. 그래서 드라이 세종을 주문한 드링커 분들에게 약간의 겁을 주었다. “상큼한데 은근히 알코올 향이 강하게 느껴지니 놀라지 마세요”

하지만 에디터의 귀여운 조언은 쓸모없었다. 드라이 세종은 세종이 가지고 있는 상큼함은 그대로 가져가되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놀라지 않을 정도로 깔끔하고 부드럽다. 향이 은은하고 깊게 퍼져  맥주에 향신료를 추가한 게 아니냐는 질문도 나왔다. 물론 향신료는 전혀 타지 않은 깨끗한 맥주다. 탄산도 오밀조밀하게 느껴져 세종 맥주를 처음 맛보고 싶은데 겁이 난다면 드라이 세종이 안성맞춤이다.

*홉(hop) : 솔방울 모양의 초록색 식물로 맥주의 쓴맛을 담당한다. 또한 맥주에서 느낄 수 있는 향(아로마)도 홉에 의해 결정된다.

처음으로 드라이 세종을 맛보고 두 번째로 웨스트 코스트 I.P.A를 먹자마자 <카브루 브루펍>은 초심자를 위한 클래식 맥주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종류의 맥주를 보유하고 있는데 그 맥주들이 모두 친절하고 쉽게 다가온다.

I.P.A는 인도의 더운 날씨 속에서 운반 시 맥주가 상하지 않게 하도록 홉을 잔뜩 넣었다고 한다. 그래서 IBU가 70 정도로 강한 쓴맛을 자랑하는데 웨스트 코스트 I.P.A는 IBU가 34다. 쓴맛은 절반 정도로 눌러 담았지만 I.P.A에서 기대할 수 있는 파인애플 같은 상큼함과 허브의 개운한 아로마가 은은하게 입 속에서 헤엄치며 끝맛을 남긴다. 클래식한 I.P.A의 캐릭터는 그대로 가져가지만, 초보자들도 쉽게 도전할 수 있다.

부드럽고 달콤한 맥주를 찾고 있다면 피치 에일을 추천한다. 밀맥주를 베이스로 밀맥주가 가져야 할 부드러운 크림에 더해 산뜻한 복숭아의 향이 풍기는 맥주이다. IBU 수치가 6인 것만 봐도 맛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과실 향 맥주라고 하면 너무 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복숭아의 달콤함이 코에서만 맴돌고 입 안에는 밀의 씁쓸함이 남아 오히려 더욱 가볍고 시원한 느낌을 준다. 맛 자체가 약간 묽다고 느낄 수 있으나, 절제된 달콤함을 원한다면 추천하는 바이다.

“커피를 섞은 건가요?” “아니요 커피는 단 한 방울도 들어가지 않았어요”

향부터 맛까지 커피 향이 물씬 느껴진다. 실제로 이곳을 방문한 한 손님께서 모닝커피처럼 마시고 싶다고 할 정도다. 그렇지만 맥주의 본질을 잃지는 않았다. 다크에일에서 기대할 수 있는 초콜릿 향과 씁쓸한 맛이 부담스럽지 않게 입안을 채워준다. 상큼한 디저트류나 브런치 카페에서 먹을 수 있는 빵 종류, 샐러드와도 잘 어울릴 것이다.

2019 벨기에 브뤼셀 비어 챌린지에서 수상한 맥주이니 그 퀄리티는 의심하지 않아도 된다.

한국에서 사라져 가는 한협 토종닭이 서울대 푸드비즈랩과 협업으로 교배에 성공해서 우리 식탁으로 올라왔다. 우리보다 더 건강한 음식을 먹은 닭들이라는 소개를 들으니 기대감이 차올랐다.

첫인상은 이자카야에서 흔히 보던 가라아게의 모습이다. 그러나 한 입 베어 먹어보니 육성으로 “이게 치킨이지”라는 말이 자동으로 나왔다. 직접 염지해 튀긴 치킨에서 짭쪼름한 감칠맛이 났고 우리보다 건강한 닭의 육질은 상상 이상으로 부드러웠다. 드라이세종과 웨스트코스트 I.P.A와 잘 어울린다는 소개에 직접 맥주들과 페어링 해보니 정말로 잘 어울렸다. 치킨이 지나가 짭짤해진 입 속을 시원한 맥주로 깔끔하게 비워주는 조합에 자연스럽게 손이 계속 갔다.

정말 맛있는 치킨은 식은 뒤에도 맛있다. 구독자분들과 1시간가량의 대화 뒤에 남은 한 조각을 먹었는데 여전히 맛있었다.

이름부터가 심상치 않다. 흔히 아는 그 소시지 ‘천하장사’를 말하는 건가 싶었는데 정말이었다. 독특한 컨셉 때문에 맛이 걱정된다면 과감히 접어두라고 말하고 싶다.

카브루와 진주햄의 콜라보로 만들어진 피쉬 앤 천하장사는 필스너 맥주 반죽이 어우러져 쫄깃한 식감을 자랑한다. 맥주부터 안주까지 맛이 과하지 않아서 질리지 않고 계속 먹을 수 있었고 맥주들과 어우러지기 좋게 맛의 공간을 계속 만들어주는 듯했다. 메뉴판의 추천 맥주에 all beer라고 명시되어 있는 것처럼 어떤 맥주와도 잘 어울리지만 에디터의 원픽은 ‘아메리칸 페일 에일’이다. 드링킷 내에서도 소식좌로 유명하지만, 이 조합만큼은 놓치고 싶지 않은 식탐을 일으킬 정도였다.

아마 드링킷 최초로 3번째 디쉬를 소개하는 것 같다. 하지만 위에서 소개한 두 개의 메뉴만큼 훌륭해 그냥 보낼 수 없는 메뉴다. 맛에 대해서는 타협이 없는 에디터 진이 제일 맛있다며 극찬한 메뉴기에 더욱 소개의 필요성을 느꼈다.

꾸덕한 투움바 파스타 소스 위로 간이 잘된 쭈꾸미가 올라갔다. 크림의 맛이 진하면서도 약간의 매콤함이 가미되어 있어 감칠맛이 엄청나다. 투움바 쭈꾸미 한입에 맥주 한 모금이면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가 한 번에 풀리는 기분이다. 집에 돌아와서도 생각나는 맛이니, 평소 투움바나 로제의 맛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취향 저격 당할 준비 후 주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맥주와 안주들이었다. 쉽다고 하면 깊이는 없고 흉내만 낸 것 아닌가?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절대로 그렇지 않다. 전반적으로 무난할 순 있지만 각 맥주의 고유한 특성을 부드럽게 담아냈다. 자신의 맥주 취향을 찾아보고픈 모든 드링커에게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다.

다양한 장르의 맥주와 맛있는 안주를 합리적인 가격에, 그것도 청담에서 즐길 수 있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맥주를 찾길 바라는 분들은 샘플러(18,000원)로 즐겨보고 자신의 취향이 확고한 분들은 네이버 예약도 가능하니 <카브루 브루펍>의 11종의 맥주를 취향껏 골라 마셔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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